언제까지 업황·유가 탓..무색해진 항변
2015-02-16 17:18:32 2015-02-16 17:18:32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업황 악화에 유가 급락 여파까지 몰아친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무려 37년 만에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S-Oil(010950)도 34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GS칼텍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 정유 3사의 실적 악화는 특히 주력인 정유부문에서 엄청난 손실을 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3사의 정유사업 영업손실은 SK이노베이션 9919억원, GS칼텍스 9726억원, S-Oil 6987억원 등 약 2조6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유가 급락이 부추긴 재고손실 때문이었다. 7월 초 배럴당 110달러 안팎이었던 국제유가는 12월 말 60달러 선으로 폭락하며 정유사의 재고손실은 치솟았다.
 
이들 3사가 업황과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부진의 이유로 항변하고 있지만 대응전략이 잘못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예측'에 무게를 둔 채 '대응'을 소홀히 하면서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에 성공한 현대오일뱅크의 사례는 이 같은 비판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활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유가를 예측하지 않고 시장 변동성을 확인해가며 수급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재고손실을 줄였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것도 도움이 됐다. 또 외국계로 넘어가는 등 경영권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체득한 생산성 향상이 타사 대비 우수했다는 평가다. 고도화율을 높여 고마진 석유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의존성 탈피로, 이는 원유 도입 산지의 다변화와 맞물려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도입 원유 산지는 중동이 83.8%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9.4%), 아프리카(2.6%), 미주 및 기타(4.3%) 대륙 비중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하다.
 
특히 S-Oil은 모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사오는 원유 비중이 90%를 넘겨 가격 변동에 제빨리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다행히 아람코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원유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연속해 낮추면서 S-Oil이 수혜를 입긴 했지만, 추후 가격 흐름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하다.
 
S-Oil이 정유부문에서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이 가장 컸다는 것도 빠르게 변하는 국제흐름에 둔감하게 반응한 사업방식 탓이라는 지적이다. S-Oil의 지난해 정유부문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률은 3.0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최저인 SK이노베이션(2.02%)에 비해서는 1%포인트나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너무 앞서 시장 상황을 대비하는 방식이 오히려 정유사에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수급을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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