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 중앙의 박근혜 대통령, 왼쪽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 오른쪽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회장단 선임 등과 관련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한 쪽에선 한사코 손사래만 돌아오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사람이 넘쳐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현주소다.
누적됐던 전경련 ‘기피현상’은 지난 10일 정기총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후임을 찾지 못했던 회장직은 허창수 회장이 마지못해 회장직 3연임을 수락하면서 근근이 대를 이었고, 회장단은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문턱을 낮췄음에도 종근당 이장한 회장 1명을 부회장으로 추가하는 데 그쳤다.
전경련 회장단은 21명에서 2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강덕수 전 STX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 회장의 사임으로 생긴 회장단 공석조차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전경련과 함께 재계를 대표하고 있는 상의의 분위기는 이와는 대조적이다.
서울상의는 오는 24일 정기의원총회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만득 삼천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3명을 부회장에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회장단 규모는 20명에서 23명으로 불어난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201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합류하고 지난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보강된 데 이어 이번에 3명이 또 추가됐다. 오너 일가 등 재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들로 채워졌다.
재계에서는 이런 흐름의 원인을 두 단체의 근본적인 성격 차이는 물론 수장의 리더십 차이에서까지 찾고 있다.
전경련은 사실상 재벌 총수들의 모임이지만, 상의는 전국 상공인을 대표하는 모임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회원사로 두고 있는 법정 경제단체다. 전경련이 그들만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동안, 상의는 대중소 상공인을 아우르는 정책 대응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경제민주화나 법인세 문제 등 대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재벌 이익을 위한 이익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요즘처럼 재벌 갑질논란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총수들의 기피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허 회장이 3연임을 하는 동안에도 기존의 ‘재벌 대변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회원사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회장단 모집을 위한 단편적인 변화에 불과했다. 전경련은 최근 법인세 인상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에도 국민적인 공감대보다는 기업 입장을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논리조차 투자와 고용 위축 등 기존 답안을 답습했다.
반면 상의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은 이후 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보다는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치권 등과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14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서도 “자주 만나자”는 약속을 했을 뿐 규제완화 등 특별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이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박용만 회장이 재계 대표자로의 역할을 자주 하게된 점도 두 단체의 위상 변화에 영향을 끼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이 예전보다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대외행사가 상의회장에게 몰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큰 행사에 재계 대표로 나와달라는 부탁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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