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9개 조선사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을 출범시켰다. 각 조선소 노동조합이 연대를 맺고 단체행동에 나서기는 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단체행동을 통해 정부와 기업들에게 노동자들의 안전대책 마련과 고용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조선노연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산업과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응급조치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9개 조선소 노동조합이 조선노연을 중심으로 모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선소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빈번하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조선소들이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산업은 간접고용 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과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지 않는다면 과거 유럽 조선산업처럼 한국 역시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노연에는 금속노조 소속인 성동조선해양지회, 신아sb지회, 한진중공업지회, 현대삼호중공업지회, STX조선지회와 민주노총 소속인 대우조선노조, 단일노조인 현대중공업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등 총 9개 조선 노조가 참여했다.
초대 지휘부로는 홍지욱 금속노조부위원장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정병모 조선노연 의장은 “작업장의 열악한 환경 개선, 비정규직 양산 등 정부와 기업에 맞서 제대로 된 노조를 만들기 위해 9개 조선 노조 지부가 참여했다”며 “오는 4월에는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출범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노연은 내달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하는 한편 오는 4월 3000여명의 조합원들을 모아 대대적인 출범대회를 갖는다. 이어 6월 말에서 7월 사이에는 집중투쟁을 통해 요구안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춘투에 버금가는 대규모 집회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9개 조선 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24일 대표자회의를 통해 ▲‘조선소 중대재해 근절’ 대책마련 및 제도 개선 ▲중형조선소 활성화 및 고용안정 대책 마련 ▲조선소 해외매각 및 해외이전 규제 등 대정부 요구 3가지와 ▲고용안정 및 총고용 보장 ▲위험성 평가 등 사업장 공동 요구 2가지를 마련했다.
중형조선소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김민재 신아sb 지회장은 “국내 중형 조선소는 거의 다 폐업한 상황이고, 살아남은 일부 조선소는 법정관리나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 있다”며 “채권단은 시장이 어렵다, 저가수주 물량이 많다는 논리로 시간만 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지욱 의장은 “고급 인력이 유실되면 조선업황이 회복되도 현재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며 조선산업의 고용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노연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최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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