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과 답답한 플레이로 원성을 들었던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4개월이었다. 중심에는 지난해 9월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있다.
그는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예전에 알던 그 대표팀이 아니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운동장을 누빈 선수들의 달라진 눈빛과 경기력을 보며 그의 리더십에 환호했다. 대표팀을 둘러싼 부정적인 평가는 일순간 사라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여론 조사 등에서 팬들은 대표팀의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아졌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이 무명의 이정협(상주상무)을 최전방 공격수로 과감히 발탁해 2골 1도움을 끌어낸 것은 '신의 한 수'로 꼽혔다. 아직 한국축구에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인천공항에 처음 나타났을 때 많은 이들은 바닥으로 추락한 당시 대표팀을 어떻게 이끌까에 대한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이제 그를 향한 평가는 물음표보다 확신에 찬 느낌표다. 4일 오후 스페인에서 한 달여의 휴가를 보내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을 맞는 취재진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일성은 '제2의 이정협'이었다. 그는 "아시안컵 준비는 4개월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정협밖에 찾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는 시간 여유가 많다. 또 다른 이정협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뜻은 분명했다. 이정협과 같이 여러 이유로 아직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희망을 주겠다는 것이다. 축구계 외부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 현장 탐방이 이어져 그간 학연·지연 등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흙 속의 진주'가 더 나와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행보는 오는 7일 개막하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공식 개막전부터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현대와 성남FC의 공식 개막전을 찾는다. 이 경기부터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 선수를 직접 찾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35·FC서울)가 많은 나이에도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듯이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선수 발탁에서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게 대표팀 선발 원칙 중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다만 그는 "구자철이나 박주호(이상 마인츠) 같은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어 상태를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출전 시간도 꾸준히 점검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표팀은 오는 27일과 31일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부터 새로운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여론이 주목하는 '제2의 이정협'을 위해 몇몇이 구슬땀을 흘릴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지켜본 선수들이 있다"며 "그 선수들을 계속 관찰한 뒤 발탁하겠다"고 전했다.
◇한 달여의 스페인 휴가를 마치고 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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