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가 한 전시회에서 자사의 태양전지를 부착한 일본산 1호 인공위성을 모형으로 재현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일본 태양광 업계의 자존심 샤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주력사업인 액정디스플레이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광 부문마저 부진을 겪자 사업 철수설이 확산되고 있다. 샤프는 내수 점유율 1위 업체로, 매각이 결정될 경우 시장 재편이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촉각도 곤두섰다.
5일 일본 주요 외신과 국내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솔라프론티어와 사카이시에 위치한 태양전지 공장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프론티어는 일본 5위 정유사인 쇼와셀석유의 자회사로, CIS(구리인듐셀레늄)계 박막태양전지 제조업체다. 샤프는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한 결정형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일 한 일본 언론이 샤프가 일본 내 4개 공장을 폐쇄하고, 태양광 관련 사업에서 발을 완전히 뺀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샤프 측은 "회사에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라면서 "현재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으며 중장기 경영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국내외 태양광 업계는 샤프의 태양광 사업 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샤프는 주택용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며 현재 일본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선전에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주력인 액정디스플레이 사업이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후발주자의 맹추격으로 샤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엔(한화 9조원)으로 급증했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태양광 사업 역시 엔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앞서 샤프는 유럽과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샤프가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톱클래스'임에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매각 결정을 단행했다"면서 "솔라프론티어를 인수 대상자로 정한 이유는 산업·가정용 태양전지를 모두 다뤄 꾸준히 이익을 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태양광 시장이 침체되자 일본으로 눈을 돌려 수익성을 확보해 왔던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샤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 LS산전, 신성솔라에너지 등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샤프가 사라질 경우 해외 업체의 태양전지를 선택하기보다 교세라와 파나소닉 등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사업부문의 인수주체에 따라 시장 구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대형 업체가 샤프를 인수해 덩치를 키울 경우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솔라프런티어가 인수할 경우 내수기업의 입지가 강화되는 만큼 샤프의 태양광 사업 철수는 국내와 중국 기업들에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샤프는 1959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1963년 처음으로 태양전지를 양산했다. 1974년 위성용 태양전지 개발에 돌입해 2년 뒤인 1976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태양전지 독점 공급권을 따내며 대표 기업으로 군림해 왔다.
지난 1966년에는 나가사키현 무인도 히라로섬에 설치한 등대에 태양전지를 공급한 것을 비롯해 1980년대에는 태양전지를 탑재한 계산기를 출시하는 등 이색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연속 태양전지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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