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일본 태양광 시장을 놓고 한·중·일 기업들이 한치의 양보 없는 격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 기업들을 뒤쫓아 산업용 대신 주택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량생산에 기반한 가격 경쟁력은 열도에서도 강력한 무기다. 반면 교세라와 샤프, 파나소닉 등 터줏대감들은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솔루션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며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 트리나솔라는 27일 일본 태양광 시장에서 올해 12%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나솔라는 잉리와 함께 모듈 부문에서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모듈 출하량은 1GW로, 이 회사가 전 세계 출하한 물량의 8분의 1을 일본 열도에서 소화했다.
◇트리나솔라의 태양광 모듈.(사진=뉴스토마토)
트리나와 경쟁관계인 잉리 역시 올해 일본 시장에서 출하량 목표를 700MW로 잡았다. 특히 올해 모듈 전량을 가정용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큐셀과 경쟁 관계인 캐네디언솔라 역시 올해 모듈 출하량을 900MW로 목표로 세웠다.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수치다.
사카구치 료코 캐내디언솔라 마케팅 과장은 "일본 태양광 시장은 그간 산업용에 수요가 집중돼 가정용 태양광 제품에 대한 공급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지만, 앞으로는 대세가 될 것"이라면서 "가정용과 산업용 태양광제품의 판매를 7대 3 비중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 역시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의 중심축을 가정용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일본 정부의 발전차액지원제도(FTI) 정책 변화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과 중국 기업은 공통으로 엔저의 파고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전개된 엔저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단가인상 압박을 받으며 수세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일본 토종기업 대비 장점으로 부각되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사카구치 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면서 "고객사에 양해를 구하고 가능한 한 빨리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잉리와 트리나솔라 역시 환율 사정에 맞춰 가격을 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나소닉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인 HEMS.(사진=뉴스토마토)
자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의 편견을 깨는 일도 중국 업체들에겐 고민이다. 일본 시장을 틀어진 교세라와 샤프, 파나소닉에 대한 충성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아직 중국산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상황이다.
중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식을 계속해서 바꿔나가는 게 가장 큰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일본 기업들은 태양광 제품에서 솔루션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이미 옮겨놨다. 교세라와 샤프, 파나소닉 등은 지붕형 태양광제품 뿐만 아니라 여기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관리할 수 있는 통합솔루션 제품으로 안방을 사수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어 주택용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품과 솔루션 공급은 한국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일본 기업은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점하면 하드웨어는 자연히 채택되기 때문에 솔루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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