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연립 경매 점령..싸게 사서 비싸게 전세
서울 다세대주택 경매 낙찰가율 80% 회복
실수요·임대사업 두루 '인기'
2015-03-09 14:44:51 2015-03-09 14:44:52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박모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고심 중이다. 전세금 1억5000만원에 융자를 받아도 아파트 전세는 꿈도 못 꾸는데다 전세금을 올려주느니 집을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박씨는 이참에 내 집 마련을 할까 싶어 빌라를 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경매와 할인분양 등 갖가지 방법을 알아볼 요량이다.
 
# 지난 1월 임대를 놓을 목적으로 인천의 한 빌라 경매 입찰에 참여했던 이모씨는 낙찰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입찰가를 더 높여 응찰할 계획이다. 감정가 대비 80%가 넘는 가격을 써 낸 사람들이 줄줄이 패찰하고, 90% 이상 가격에 낙찰된 물건들이 속출하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통상 빌라가 아파트보다 낙찰받기 쉽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며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해 갈 참이다.
 
경매시장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이 상한가다.
 
전세난이 심화되자 아파트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찾고 있는데다, 저렴하게 낙찰 받아 비싸게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자들 모두에게 인기가 높아졌다.
 
9일 두인경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80.3%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이 80%를 넘긴 것은 지난해 10월 81.64%에 이어 2011년 이후 두 번째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경매 입찰이 진행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빌라는 12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 대비 113% 가격에 낙찰됐다. 지난달 9일 경매에 부쳐진 삼전동 빌라 두 채도 입찰경쟁률 17대1을 기록하며 감정가 대비 110%와 106%가격에 각각 새 주인을 찾았다.
 
양창호 미소옥션 대표는 "보통 빌라 낙찰가율은 70% 선이고 높아야 80% 정도로 아파트보다 낮은 편이었는데 최근 전세난 때문에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입찰할 때면 아파트처럼 10명 넘게 몰리는 물건이 부쩍 늘었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최저 입찰가 수준에 낙찰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경매시장에서 빌라의 인기가 높다. 아파트보다 적은 금액으로 내 집 마련은 물론 임대사업까지 할 수 있어서다. 사진은 수도권의 빌라 전경. (사진=방서후 기자)
 
수도권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에 비해 감정가가 낮고 유찰시 저감률은 높아 취득할 수 있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감률은 경매에서 1회 유찰될 때 최저가가 낮아지는 비율로, 서울지역 법원이 20%인데 반해 수도권에서는 의정부지방법원 본원과 수원지방법원의 안양지원을 제외하면 30%의 저감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한 빌라는 지난달 26일 경매 입찰에서 17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01%를 기록했고, 수원 장안구에서는 지난 1월에만 총 6건의 빌라가 낙찰됐는데, 그 중 4건이 감정가를 웃도는 금액에 새 주인을 만났다.
 
문희명 강원대학교 부동산학 박사는 "저감률이 낮은 곳은 두 번만 유찰돼도 반값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그러다보니 유찰된 물건에 응찰자가 많이 몰려 신건에 단독낙찰 받는 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발 전세난이 다세대와 연립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매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는 투자 기법도 성행하고 있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수도권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61.7%로 22개월 연속 상승하며 아파트 전세가율 68.6%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빌라를 1억8000만원에 분양받으면 2억 원에 전세를 놓을 수 있는 게 현재 시장 상황"이라며 "월세의 경우 매달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실이 발생할 때 생기는 리스크나 매달 월세가 제 때 들어오는지 관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임대인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주로 전세로 임대를 놓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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