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300만명이 매달 찾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기업 평판 조회 사이트 '잡플래닛'이다. 내달 출범 1주년을 맞는 잡플래닛은 직원 수 100명 이상 기업 95%에 해당하는 2만 여곳에 대한 정보가 35만 건가량 쌓이면서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현직 임직원이 자신이 실제 경험한 기업정보를 스스로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은 물론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기관들도 이 같은 성장성에 관심을 보이면서 잡플래닛이 유치한 투자금은 현재 113억원에 달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귀국한 황희승·윤신근 잡플래닛 공동대표를 지난 11일 만났다.
◇"인도네시아서도 1위 달성할 것"
황희승 대표는 올해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꼽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잡스트리트'와 '잡스DB'와 같은 경쟁 사업자가 있으나, 시장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황 대표는 "호주 구인·구직 관련 기업 '식'(Seek)이 이들 회사에 9000억원가량을 지난해 말 투자하는 등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라고 있다"며 "온라인 접속자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적기라고 판단돼 올해 안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오전 10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마다 면접을 봤다"며 "성공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입하려면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신근 대표 또한 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인력 채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현지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며 "현지 직원들이 우리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가 아니라 수익 모델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도 현지 지사장을 채용해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안정적 시장 장악을 위해 예산 지출의 강약을 시장 반응에 따라 조절한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잡아 우리나라 수준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다양한 국가로 지속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공격적 행보는 윤 대표가 독일계 창업인큐베이팅업체인 로켓인터넷에서 일하며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 20여 개 기업을 론칭한 경험과 황 대표가 그루폰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력에서 비롯했다.
◇"목표는 취직·이직 플랫폼 사업자"..추가 투자 유치도 추진 중
이들이 잡플래닛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일까.
황 대표는 간단히 말했다.
"이직이나 취직에 관심 있는 사람을 다 끌어모으는 겁니다."
사람을 끌어모은다면 덧붙일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이다. 황 대표는 "국내만 봐도 이직이나 취직에 연관된 사람이 600만~700만명에 달한다"며 "사람과 기업이 소통하는 플랫폼이 되어 사람이 모이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겠단 전략에 따라 수익 모델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좋은 인재와 좋은 회사를 연결해주는 시장을 장악하면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잡플래닛에 참여할 것이란 계산이다.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에 전 세계 기업들이 자사 페이지를 개설해 마케팅 활동을 하려는 것과 유사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 잡플래닛은 기업들도 자사 정보를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잡플래닛은 수익 모델을 서둘러 만드는 일보다는 '가치 있는 정보 제공'에 사업 성공이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는 "수익 구조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이 되려면 수익 모델을 보다는 가치 있는 정보를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전략이 성과를 거두려면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황 대표는 "굉장히 많은 기업 정보가 올라오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며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기업의 장점과 단점 리뷰가 양적 균형을 이루게 구성했고, 사용자의 신고를 통해 정보의 오류 가능성을 제거하는 과정도 추가했다. 황 대표는 빠르고 과감한 도전을 선호하고, 윤 대표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균형을 이룬 두 대표의 성격이 기업 서비스에도 드러난 셈이다.
이들의 목표를 뒷받침할 추가 투자 유치도 가시화되고 있다. 황 대표는 "오는 5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현지 벤처캐피탈과 만날 계획"이라며 "현재도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투자 관련 문의가 전화·이메일을 통해 들어오는 등 사업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플래닛은 다수의 스타트업처럼 인수·합병(M&A) 대상이 되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스타트업이 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황 대표는 "기업을 매각해 엑시트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엑시트할 생각은 현재 없고 오히려 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이는 이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서이기도 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정보는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자신감이다.
황 대표는 "사업이 실패할 것이란 불안감보다는 사업이 변화하고 성장할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며 "전 세계에 직장이 있는 한 사업이 안 될 수가 없다"고 했다. 구직자보다 기업이 가진 정보가 훨씬 많은 '채용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잡플래닛의 사업 모델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윤 대표 또한 "잡플래닛과 같은 서비스는 좋은 정보가 많은 곳에 더 많은 정보가 몰리는 특징이 있으므로 선두 업체가 확고한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며 "후발 주자가 나타나더라도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뭐해?", "그냥 있어", "그거 할래?", "뭔데?", "재미 있을 것 같지 않냐?", "그래 하자."
지난 2003년 미국 에모리대 재학 시절 처음 만난 두 대표가 현재까지도 자주 나누는 대화 형태라고 한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은 실행력이 중요한데, 실행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어떤 사람은 나오지도 않은 결과물을 예측해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돈을 엄청 벌 것 같지 않냐', '유명해질 것 같지 않냐'와 같은 얘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냐'는 얘기를 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재미있게 하는 것도 좋고, 일이 잘 돼도 좋지만, 힘든 일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며 "할아버지가 돼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승 잡플래닛 공동대표(오른쪽)과 윤신근 공동대표(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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