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서울시가 5.16을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했다.
16일 서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을 17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1958년 5월부터 1961년 8월까지 살았던 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박지만
EG(037370)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5.16 쿠데타를 계획한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도 신사동 가옥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군사정변을 계획하고 지휘한 장소로서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있어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 보도자료에는 '군사정변' 단어가 빠졌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중요 전환점이 된 5·16(1961년)이 계획됐다'고만 언급됐다.
◇문화재청 홈페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 소개에는 '5.16군사정변'이라고 적혀있다.(상단)반면 서울시 보도자료에는 '5.16'이라고만 언급했다.(하단)(자료=문화재청, 서울시)
5.16을 쿠데타, 혹은 군사정변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5.16을 "나라를 구하기 위한 혁명"이라고 옹호했다. 대선 전이었던 2012년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감쌌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도 5.16을 군사정변, 쿠데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16을 쿠데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용어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역사적 사건을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서울시가 신당동 가옥을 소개하면서 군사정변, 쿠데타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박근혜 정부와 보수층 눈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5.16이 쿠데타, 군사정변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붙이지 않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외부 전문가들도 5.16만으로 의미가 충분히 전달 될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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