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그 뜨거운 날씨처럼 대한민국이 촛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쉴 새 없이 치솟는 등록금에 대학생들은 하나둘씩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 다음 해 2012년, 전국 4년제 대학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그 해 연간 평균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4.5%가량 인하했다고는 하나,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생색내기는 서울여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여대의 2012년도 등록금 인하율은 그해 평균 등록금 인하율인 4.5%보다 0.5% 높은 5%였다. 1년이 지나고, 2013년도 등록금 인하율은 0.7%에 불과했다. 그 지난해 5%였던 것에 비해 2013년 등록금 인하율이 0.7%에 그친 것은 굉장히 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짜다고 서운해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다음 해 2014년 등록금 인하율은 무려 0%였으니 말이다. 이 흐름대로 라면, ‘2015년도 등록금은 오를 게 뻔하다’라는 예상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예상은 현실과 사뭇 달랐다. 2015년, 금년도 서울여대의 등록금은 ‘동결’이었고,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수업 주수였다. 기존 16주 수업을 15주로 축소한 것이다.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었기에 등록금 동결이라는 소식은 뜻밖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으나, ‘수업 주수 축소’라는 것이 께름칙하다.
수업 주수를 축소하면 등록금도 줄여야하지 않나요?
서울여대 학보사 홈페이지에서 수업 주수 축소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알 수 있었다. 기사를 통해 서울여대 학사지원팀의 김지훈 팀장은 “재정을 줄여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실질적 수업일수를 늘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16주를 15주로 줄임과 동시에 실질적 수업일수를 늘려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16주를 15주로 줄임으로써 어떻게 실질적 수업일수를 늘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 수업 주수가 15주로 늘면서 등록금도 인하될 법도한데 의아하게도 등록금 인하율은 0%, 동결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게시된 학사제도개편사항 글에 서울여대 학생 정** 또한 이에 “수업시수를 줄이면 등록금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자료=바람아시아
그들이 초점을 두고 있는 실질적 수업일수를 배제하고 1주일 수업료를 계산해보았다. 서울여대의 2014학년도 1주일 수업료(인문대 1학년 기준)는 21만 8125원이고, 그 다음 해인 올해, 2015학년도 1주일 수업료는 23만 2666원이다. 이는 2012년 등록금이 5% 인하되기 전, 2011년 1주일 수업료 23만 1312원보다도 비싼 금액이다.
실질적 수업시간과 보강이라는 꼼수
만약 1주일 수업료가 인상된 것을 실질적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합리화 시킬 수 있다면, 수업 주수를 15주로 줄이는 것이 어떻게 실질적 수업일수를 늘릴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서울여대는 이에 “중간고사는 교수의 재량에 따라 수업시간 내에 시행되며 별도의 중간고사 기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 두 번 이상 휴강일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보강일이 하루 제공됐던 이전과 달리 다음 학기부터는 휴강일마다 보강일이 지정된다.”고 이야기했다.
또, 이에 대해 서울여대 학생처장은 “15주 수업은 수업일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중간고사 기간이 없어진 것이라고 이해해주기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서** 학생은 “중간고사 기간이 수업시수에서 제외된다고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주 1회 있는 수업의 경우 수업 중 중간고사를 치르게 되는데, 이는 결국 수업일수가 하루 줄어들며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자료=바람아시아
서울여대는 기존에 중간고사 기간으로 주어졌던 기간을 실질적 수업시간으로 채워 넣고 공휴일에 따른 보강일을 늘려 수업 주수를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중간고사 ‘기간’을 없애 버린 것이지, 중간고사를 보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시험은 봐야 한다는 것인데, 원래의 시험기간이 사라졌으니 중간고사는 언제 봐야 하는 것일까?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중간고사 기간 대신 주어진 그 실질적 수업시간에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수업시간은 사실상 축소된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서울여대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충분히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의계획서에는 중간고사 기간이 모두 따로 정해져 있다. 중간고사 기간은 표면적으로 없어졌으나 실질적으로는, 보는 바와 같다.(출처=서울여대 강의계획서 캡쳐)
그들의 말에 담긴 오류
여기서 “재정을 줄여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는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실질적 수업일수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번 학기 실질적 수업일수는 지난 학기 대비 줄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등록금이 실질적 수업시간 대비 올랐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이는 재정을 줄여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한 게 아니라, 재정을 줄여 그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허리띠를 졸라 매는 식’의 경영을 개선하고자 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학교의 재정 문제다.”
이런 학교의 재정 문제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서울여대 교무처장은 “수업일수 변경의 근본적 이유는 학교의 재정 문제와 직결된다. 여기서 학교의 재정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학생들이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자료=바람아시아
또, 서울여대 학생처장은 “우리 학교는 지난 3년간 5.7%의 등록금을 인하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장학금은 한 푼도 내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등록금을 인하했기 때문에 15주로 단축한 것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라고 설명한다.
◇자료=바람아시아
서울여대 학생처장의 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등록금을 인하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2학년도 5%, 2013학년도 0.7%, 2014학년도 0%의 등록금 인하율을 고려해봤을 때 ‘지난 3년간’이 아니라 ‘2012년부터 2013년까지’라고 정정해야 할 듯하다. 이는 그저 말 부풀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업일수 변경의 근본적 이유는 학교의 재정 문제와 직결된다고 하였으니 수업 주수 축소의 목적은 학교의 재정 문제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서 “재정을 줄여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실질적 수업일수를 늘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던 주장과는 상충된다. 게다가 그 재정 문제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며 대답을 피하면서도 학생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등록금 인상이라는 그림자, 그리고 제자리걸음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서울여대의 수업 주수 축소는 단순히 등록금 인상을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등록금 동결이지만 그 이면에는 실질적 수업시간을 고려해봤을 때 재정 문제 개선을 위한 등록금 인상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 주수 축소가 께름칙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고, 등록금이 오를 것이라던 그 예상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딱 들어맞았다.
“등록금을 인하했기 때문에 15주로 단축된 것”이라는 주장은 ‘등록금을 인하했기 때문에 그만큼 다시 인상한 것이다’라는 말을 그나마 보기 좋게 바꾼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1주일 수업료를 고려해봤을 때, 2012년 인하되었던 등록금이 2015년 다시 인상되어서 돌아온 것이니 사실상 등록금은 다시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게다가 그들은 “학생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말로 학교 재정 문제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여대의 태도는 3년 전 등록금 인하에 대해 “등록금을 5% 인하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등록금 인하에 대해 꾸준히 고려해왔으며 지출요소를 조절해 인하폭을 책정했다.”고 서울여대 최종열 기획예산팀장이 설명한 입장과는 상이하다.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던 그 학교는 지금 온데간데 없다. 2012학년도 등록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2015학년도 개강 첫 학보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은 ‘수업 주수 축소’문제
그렇다면 이 책임을 전가 받은 서울여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여대 커뮤니티 사이트 ‘슈먼닷컴’에 접속해 서울여대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해보는지 알아보고자 했으나, 수업 주수 축소에 대한 글은 5~6건에 불과했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과거 학사제도 개편이 진행되고 있었던 당시 ‘학우들은 학사제도 개편 진행 상황 몰라’라는 기사가 서울여대 학보사에 기사로 발행되었다. 이 기사에서 서울여대 학생 진**은 “학사제도가 개편됐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 서울여대 학생 나**은“이번 학사개편은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출처=서울여대 총학생회 '님과함께' 페이스북 게시글과 덧글
지난해 12월 8일, ‘학사제도 개편 확정’기사가 서울여대학보의 종강호를 통해 발행된 후, 2월 6일 서울여대 홈페이지에 ‘학사 및 교양과정 변경 사항 안내’라는 통보식 글이 올라왔다.
◇출처=서울여대 홈페이지
그리고 2015년 3월 2일, 서울여대의 개강일 또는 수업 주수가 15주로 축소된 첫 학기의 첫날이다. 개강일에 맞춰 서울여대 학보사의 개강 호가 각 학교 건물마다 배치되어있었다. 학보 개강 호의 1면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던 수업 주수 축소관련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뒤페이지, 등록금 문제를 마치 남 이야기하듯 다룬 ‘끊이지 않는 대학가 갈등’이란 기사였다.
수업 주수 축소 문제뿐만 아니라, 2015학년도 개강과 함께 달라지는 학사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서울여대 학보사나 개강맞이 플래카드만 내걸었던 총학생회에서는 그 사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충분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수강신청 대란에 대한 기사가 서울여대 학보 1면을 장식하고 있다.(자료=바람아시아)
수업 주수 축소, 그 닮은 꼴 한양대 그리고 서울여대
그렇다면 이러한 수업 주수 축소 사례는 서울여대에서만 발생한 것일까? 아니다. 2013년 한양대에서도 수업 주수를 16주에서 15주로 단축했던 사례가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양대에서는 등록금 2% 인하와 함께 단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양대 학생들은 “대학 측이 등록금을 내리면서 동시에 수업일수를 줄였다며 등록금 인하 효과가 없다.”라며 비판했으며, 수업권에 해당하는 중요 사안을 대학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에 전체 총학생회를 소집하여 수업일수 16주 환원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학교에 전달하는 등 학생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한양대는 그 다음 해 2014학년도를 15주에서 16주로 환원했다.
수업 주수 축소를 내세운 등록금 인상, 그리고 이에 대한 학보사와 총학생회 제대로 된 역할 부재. 한양대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는 학교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서울여대 학생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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