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악화에도 정부가 낙관하는 이유는?
정부 "실물지표 개선세..경기지표 조정은 일시적 요인"
전문가 "현실적·보수적 관점 경기부양책 필요"
2015-03-24 16:39:32 2015-03-24 16:39:3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연내 10조원의 재정투입, 기준금리 인하, 금융시장 활성화 대책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이때를 놓치지 않고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2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실물지표 개선세가 완만하다"고 진단했다. "소비는 회복세가 미약하고 기업투자도 견실하지 못하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분석이다.
 
올해 들어 기획재정부가 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봐도 3월 제외한 1월·2월 모두 "실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광공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내수 회복의 긍정적인 조짐이 확대되다"고 평가했다.
 
3월 그린북에서는 "아직 내수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유가하락과 늦춰진 설 연휴 기간 등으로 주요 지표들이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경기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은 여전한 모습이다.
 
ⓒNews1
 
이에 최근 기재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표한 내수경기 부양책도 모처럼 호조세를 탄 경기를 최대한 부양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고용과 수출 등 주요 실물 경제지표의 흐름을 봤을 때 아직은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실제 각종 경제지표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가 경제지표를 잘못 읽고 실효성 없는 단기부양 정책에만 힘을 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주장하는 완만한 경기개선의 신뢰도도 떨어지는 셈이다. 
 
당장 내수부문만 봐도 소비자물가는 석달째 저물가 흐름을 이어가지만 구매력은 좀처럼 오르지 않아 유통업체가 2년째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론적으로 보면 물가가 떨어질 경우 소비가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는 11분기째 매출이 줄었고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사는 구매 건수도 11개월째 하락했다. 백화점과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상품 구매 건수도 1년 내내 내렸다.
 
산업생산도 부진하다. 기재부 자료를 보면 1월 기준 광공업 생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4% 줄었다. 도소매와 부동산 임대업도 내리막이고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기·전자기기 등이 증가했으나 자동차와 일반기계류 등이 부진해 전월보다 7.1% 감소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그나마 내세우는 고용과 수출동향도 자세히 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우선 지난달 취업자는 2519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0.2%포인트 올랐으며 지난해 12월 40만명대의 취업자 수를 기록한 후 두달째 취업자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월 실업자 120만3000명이나 늘어나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4.6%를 기록하면서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특히 체감실업률은 12.5%로 정부 공식 실업률의 3배에 가까웠고,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후 가장 높았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월 기준으로 37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흑자(76억5800만달러)는 우리나라 월간 무역수지로는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출과 수입은 2개월 연속 전년 동기보다 줄었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외견상 흑자상태인 '불황형 흑자' 기조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동향, 자영업자 소득동향 등 다른 실물경제 지표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3.7%에서 0.3%포인트 내린 3.4%로 조정했다. 하반기에는 연초만큼의 경기개선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경연은 수출과 관련해 최근 내수경기 부진에 빠진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對) 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나 경기가 위축된 탓에 임금만 올려서는 소비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낙관론 일색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체감경기가 4분기 만에 반등했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신용카드 이용액도 늘고 있다"며 "실물지표는 후행성(지표에 경기변동에 따른 경제상황이 뒤늦게 반영되는 것)이 강하므로 실제 경기, 체감경기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고용부 측도 "시장의 기저효과가 완화되고 정부의 투자활성화·수출대책이 효과를 거두면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경기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현실적인 경기분석 대신 경기심리 회복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실물지표와 달리 심리지표는 개선됐다는 듯한 입장"이라며 "경기에 대한 판단을 몇가지 지표로만 속단할 수 없으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에만 매달리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가 수조원의 재정을 쏟아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정확한 현실진단 없이 돈만 쓰면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왔을 때 허둥지둥하다 예산만 버린다"며 "경기지표를 입맛대로 해석하지 말고 보수적 관점에서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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