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혁신을 거듭하던 전자·IT 기기들이 아날로그 추억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디지로그(Digital+Analog)' 감성으로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기술은 인간 중심의 철학으로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졌고, 디자인은 아날로그 추억을 꺼내든다. 감성터치로 수요 진작에도 유효하다는 평가다.
◇갤럭시노트4. (사진=삼성전자)
디지로그의 첫 출발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다. 스마트폰에 노트라는 이름을 붙여 아날로그적 느낌을 살렸으며, S펜을 이용한 입력기능을 추가해 메모가 가능토록 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섬세한 손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예전 수첩(노트)을 통해 메모하던 습관이 자연스레 떠오르도록 했다.
LG전자(066570)는 스마트폰에 '노크온' 기능을 도입해 디지로그 감성을 살렸다. 사람들이 문을 열 때 노크하는 것에 착안해, 두 번 두드리는 노크 동작만으로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감성적 기능에서 나아가 향수를 부르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의 '클래식TV'와 '클래식 오디오'가 대표적이다.
클래식TV는 흑백 TV에 있던 채널 로터리를 달아 70~80년대 브라운관 T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턴테이블을 연상케 하는 클래식 오디오는 블루투스 지원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무선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클래식TV와 클래식 오디오. (사진=LG전자)
카메라 업계도 빈티지한 디자인 계승에 한창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자취를 감춘 필름 카메라의 외형을 따 겉은 클래식하지만 최신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독일의 라이카는 대표 제품인 M시리즈를 계승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3년 새 매출이 35% 늘었다. 올림푸스는 클래식 필름 카메라와 닮은 'OM-D E-M5 마크Ⅱ'를 내놨다. 5축 손떨림 방지 기술이 탑재됐고,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4000만 화소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LG전자)
차세대 IT기기로 주목받는 스마트워치도 디지로그 범위 안에 있다.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토록 하기 위함이다.
LG전자의 '어베인 LTE'는 LTE 통신 지원, NFC 기반 월렛을 탑재하고 있지만 둥근 몸체에 가죽끈을 다는 등 전통 시계의 모습을 그대로 본땄다. 화웨이도 첫 스마트워치에 전통 시계 모양을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디지로그의 강화는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술 혁신 속도가 둔화되면서 IT전자기기 제품들이 소비자 감성에 소구하기 위해 디자인 경쟁, 감성적 기술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성세대에는 감성 공략을, 젊은세대에는 독특한 디자인 제공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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