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다. 세계 224개국을 대상으로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조사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1.23명으로 219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4명, 2012년 1.30명으로 서서히 회복하는 기세를 보였지만, 2013년 '초저출산'의 기준선인 1.30명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도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으니, 말 다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8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마이너스(-)’ 자연증가가 시작된다. 즉,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 가능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반해,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서부터 복지 예산 부족, 연금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재정위기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올해도 ‘출산장려정책’이라는 명목하에 여러 방안을 제시해 놓았다. 출산 전후 휴가와 급여 지급, 배우자 출산휴가, 출산장려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대생 중 절반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큰 효과가 없지 싶다.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이사장 안치용) 소속 대학생 기자단 YeSS가 2.1지속가능연구소와 함께 현대리서치에 의뢰하여 진행한 <대학생 가치 조사>에서, 응답자 중 75.9%가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50여 대학 2342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7점 척도로 설문한 것으로, 응답 점수의 평균값은 5.55점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료=바람아시아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앞으로의 자녀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전체 평균은 2명을 못 미치는 1.9명으로 낮은 결과를 보였다. 특히, 여학생이 원하는 자녀수는 1.77명으로 남학생의 2.06명보다 적게 나왔다. 또한, 자녀를 아예 낳고 싶지 않다는 답변도 16.0%로 남학생의 6.4%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함과 동시에 자녀 양육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주변 여대생들의 의견을 취합해봤다.
D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K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거야. 나부터 먹고 살기가 힘든데, 한 생명을 부양해야 하니 그 부담이 상당하겠지.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고 해도 대학 문제, 결혼 문제 등으로 ‘어머니’로서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인 부담이 클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을 망설이는 게 아닐까?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는 여자가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해서 직장에서의 불이익이나 집안 어른과의 갈등도 이유가 될 것 같아.”
이와 비슷하게 S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L의 답변은 이러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아이를 한 명 정도 낳거나 아예 낳고 싶지 않기도 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되면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요구되는 것 같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녀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공백은 자아실현의 치명적인 핸디캡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서 특히 여성들이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를 낳아서 생기는 출산휴가 기간의 공백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 또,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보육 시설 저변 확대만이 저출산임을 알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의식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 여성들의 딜레마를 자연스럽게 녹아내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에피소드가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일과 육아를 같이 하긴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이야. 결혼하지 마. 그게 속 편해.” 워킹맘의 고민을 안고 있는 선 차장(신은정 분)이 소위 말하는 ‘알파걸’ 안영이(강소라 분)에게 충고를 하며 워킹맘의 비애를 늘어놓는 대사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따라 가정보다는 자아실현이 우선순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출산장려 대책만이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판단된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