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가격 하락과 중국 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25% 가량 더 떨어졌다.
하지만 후판 사용량이 많은 조선소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선박 가격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반면 원재료격인 후판 가격은 내려가면서 마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범용 후판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6%가량 하락한 톤당 400달러 이하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서도 16%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실제 조선소에서의 후판 조달가격은 이 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산과 중국산 후판의 가격경쟁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토로한다. 추가 가격 인하가 일어날 경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로를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005490)나
현대제철(004020)도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고 후판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로가 없는 철강사의 경우에는 원재료 하락 효과도 볼 수 없어 상황은 더 어렵다.
후판의 주요 수요처인 조선소들도 가격이 저렴한 수입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산과 국산의 품질 차이가 커 비싸더라도 국산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품질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중국산 후판 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대형조선소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저렴한 후판을 찾는 점도 수입을 늘리는 데 한몫 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한 1340만톤으로 집계됐다. 이중 중후판은 215만5000톤으로 전년 대비 32.9% 늘었다.
선박의 선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이중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8% 수준. 현재 건조되고 있는 선박은 계약 당시보다 후판가격이 더 내려가 있다. 반면 선가는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조선소 입장에서는 후판 가격하락으로 인해 마진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범용 후판 시장에서 중국산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범용재 보다는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후판 판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 조선3사가 대부분 발주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판 주문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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