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월세 관련 국가 통계가 체감경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월세 인상으로 더 많은 돈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지만 통계상 숫자는 월세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만드는 이 통계 자료는 국내 전월세정책을 수립하는 국토교통부가 주요 기초 자료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개선이 절실하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월세가격은 보합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보합세며, 최근 1년간 1.4% 하락했다.
통계상 전국 월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통계산정 방식을 뜯어보면 현재 시장이 실제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감정원은 보증금과 월세의 규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계약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 완전월세로 단순화한 후 지수를 산정한다. 완전월세는 월세보증금과 전월세전환율(0.8)을 곱한 값에 월세를 더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48만원짜리 임대차주택의 완전월세액은 전월세전환율 0.8%을 보증금에 산입계산하면 32만원이 되므로 총 원세액은 80만원이 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지역 내 평균 완전월세액을 도출, 등락을 공시하고 있다.
같은 계산식으로 하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4만짜리 임대차주택과 완전월세액은 같게 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48만원이던 임대주택의 집주인이 보증금을 2000만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린다면 완전월세액은 80만원에서 76만원으로 떨어진다. 즉 월세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48만원에서 64만원으로 12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내려간 보증금 2000만원에 대한 은행 만기 예금이자(연1.5~2.0%)를 적용한면 월 3만원에서 4만원정도의 예금이자가 발생한다. 이를 산입 차감하더라도 월세액의 20%에 달하는 8~9만원이 상승하게 된다. 즉 실질적인 월세지출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상에서는 월세는 안정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어 실제 현장은 차이가 보일 수 있다.
실제 최근 원룸 월세시장은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를 올리는 추세다. 체납에 대비해 보증금을 3~6개월치 월세로 설정하고, 월주거비를 올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저가 보증금의 월세 거주자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납입액 상승에 대한 체감도는 더욱 높아진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보증금에 대한 월세환산 지수는 실제 시장상황과 괴리감이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월세환산지수를 적용시 지역을 좀더 세분화하고 표본숫자를 확대하여야 정확한 월세환산지수가 될 것이다"며 "현재 적용하는 환산지수는 적용지역의 범위가 커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지역적·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보증부 월세가 보편화 돼 있는 국내 월세시장 특성을 감안, 월세지수가 시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했다. 현재 한국주택학회가 월세지수 및 전월세통합지수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다. 올 하반기 중 개선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보증부 월세가 일반적으로, 통계 지수화를 위해서는 완전전세든 완전월세로 환산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월세시장 비중 확대에 따라 전문가 연구용역을 반영해 조사지역과 표본수 확대, 보증금 비율별 월세시장 세분화를 통해 하반기 중 완전월세 지수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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