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자산총액 5조원이 우리 경제규모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이 낮아 기업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준을 10조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을 선정해 규제한다. 문제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기업규모도 함께 커져야 하는데 지정기준은 7년째 제자리라는 점이다.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이 점점 느는 데다 인수합병(M&A)이나 신규산업 진출 등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해외에는 일정한 규모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규제하는 제도가 없다.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는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경련의 지적이다.
2008년 이후 대기업집단 수 증가추이(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전경련이 지난 2007년 당시 자산규모 1조~2조 사이에 있는 50여개 기업집단의 성장추이를 조사한 결과, 규제기준이 자산 2조원이던 2002~2007년에는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이 5조로 높아지자 상당수 기업집단이 자산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규제완화와 자산규모확대 시점이 일치한 것. 직접적인 규제대상이 아닌 중견기업들도 새로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전경련은 지금까지 기업집단 지정 변동 추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지정 범위를 30~40개로 한정한 것으로 판단, 올해 기준으로 총37개 기업집단이 규제 대상이 되는 10조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제안했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자산규모를 기준으로한 현행 사전규제방식은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어린이 옷을 입혀 놓는 것과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상향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규율 중심의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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