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요구로 두 달 가량 이어진 남북의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북한이 ‘인상 전 기준으로 임금을 주되, 인상을 요구한 액수와의 차액은 추후 협의에 따른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22일 남측 기구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이 그간 협의해온 임금 관련 확인서가 타결됐다고 밝혔다.
관리위와 기업 대표들이 서명한 확인서에는 “노임은 기존 기준에 따라 지급하되, 2015년 3월 1일부터 발생한 노임의 지급 차액과 연체료 문제는 차후 협의 결과에 따라 소급 적용할 것을 담보한다”고 되어 있다.
통일부는 확인서에 언급된 ‘기존 기준’은 작년 11월 북측의 노동규정 개정 전 기준을 뜻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70.355달러, 사회보험료 산정시 가급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북측도 협의 과정에서 이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의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기존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는 남측 정부의 입장을 북측이 수용한 것”이라며 “임금 미납으로 인한 북측의 연장근무 거부와 태업 위협 등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 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진행해 임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가 전보다 더 냉랭해진 상황에서 조속한 협의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작년 1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성공단 노동규정 13개 항목을 바꿔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5%)을 폐지하고, 근로자의 공급·관리와 노력알선료 협의 등을 북측 기구인 총국이 결정하도록 했다. 남측과 협의하던 사안을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어 북한은 올 3월부터 최저임금을 월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하겠다고 2월 통보했다. 그러나 남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3월분과 4월분 임금 지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은 지난 15일 박철수 부총국장을 만나 이날 타결된 확인서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담보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제안해 북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날도 개성공단에 올라간 회장단은 오후 4시가 넘어 남쪽으로 돌아와 “북측과 임금 지급 방안을 원만히 협의했다”며 “근본 문제가 다 해결되진 않았지만 일단 기업들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하는 데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개성공단 임금 갈등이 한 고비를 넘겼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에서 화물차량들이 개성공단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