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외국에서 형사처벌 받은 사람을 우리나라 법원이 다시 재판하면서 형의 감경을 법관 재량으로 하도록 규정한 형법 7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여권 위조 혐의로 홍콩에서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우리나라로 강제 추방된 송모씨가 "형법 7조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명의 의견으로 헌법에 불합치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심판 대상 법규정에 대해 단순 위헌을 내릴 경우 생길 법의 공백상태를 고려해 2016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가 이 기간을 넘기게 되면 형법 7조는 그때부터 효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형법 7조는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외국에서 처벌을 받은 사람도 우리나라 형사재판을 받고 다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상 일사부재리원칙은 외국의 형사판결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심판대상 조항은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외국에서의 형 집행의 반영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맡김으로써 별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의 종류에 따라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내지 재산권 등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심판대상 조항의 입법 형식은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형의 집행단계에서 필요적으로 산입해 주는 방법 등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형의 감면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개별적인 사건에 따라서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주권의 한 속성으로 이해되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및 개인의 기본권 보장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단지 규정상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송씨는 2011년 6월 홍콩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위조, 행사한 혐의 등으로 홍콩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돼 홍콩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8개월 정도 복역했으나 우리나라로 강제 추방된 뒤 입국하는 과정에서 체포돼 다시 기소됐다.
송씨는 법원이 같은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하자 항소와 상고를 통해 계속 다퉜으나 결국 판결이 확정됐고, 상고 과정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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