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1조49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제외하고는 매수세를 지속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에 코스닥시장에서도 3100억원을 사들였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3400억원), 삼성전자(2600억원), 삼성SDS(2000억원), 현대모비스(1200억원), 한미약품(1100억원), 금호석유(1000억원) 등이다. 코스닥에서는 산성앨엔에스(390억원), 씨젠(390억원), 다음카카오(360억원), 콜마비앤에이치(340억원), CJ오쇼핑(220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집중됐다. 외국인이 개별 종목이 아닌 국내 주식 전체를 사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매수세는 과거 사스 등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당시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돌발 악재가 나오면 사고 팔고 하면서 회전율이 높다"며 "외국인은 회전율이 낮은데 지속적인 악재가 아니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요 인플루엔자의 유행기간은 공통적으로 1년 전후의 기간이였는데 발생 중심 국가는 물론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단기간에 회복했다"며 "펀더멘털 모멘텀을 훼손할 정도의 확산과 공포가 아니라면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스로 인해 업종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르스에 시달리는 업종 등이 코스피 밸류에이션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내수 소비 관련주들의 강세는 중국 모멘텀의 영향이 컸는데 최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았다"며 "메르스가 추가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한국이 바이러스의 중심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글로벌 여행객들의 기피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저가매수의 타이밍으로 피해를 봤던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종목에는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강원랜드, 산성앨엔에스, 등 중국 소비재 관련 종목들이 위치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은 연구원은 "메르스 우려로 하락한 화장품, 여행, 호텔 등에 대한 저가 매수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시적으로 충격 이후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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