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통령은 전쟁터를 지켜야 한다.
2015-06-08 12:00:00 2015-06-08 14:30:33
영화같은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 22일째. 확진자는 64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도 5명으로 늘었다. 격리관찰자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위험지역은 진원지인 평택에서 수원·경기, 서울, 전북 순창, 부산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전지대는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메르스와의 전쟁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2년 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 2003년 4월24일 중국에서 사스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다. 정부는 즉각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국내에 사스 사망자는 물론이고 상륙 징후조차 없었다. 그러나 고건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필요시 자택격리나 병원격리 조치에 지체 없이 동의해 달라”며 단호하게 상황을 장악했다. 중국 사스 사망자 발생 4일 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것은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국가는 원칙대로 기능했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4명만 감염됐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국내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17일만이다. 떠밀려 나온 듯 보였다.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등 주무 또는 관계부처가 여러 곳 있지만 발 빠른 대응이라 볼만한 조치를 내놓지는 못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콘트롤타워를 운운하기 전에 정부가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 있어야 할 검찰이 나서 ‘유언비어 유포자 엄단’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애먼 서울시에게 눈을 흘기고 있다. 불과 1년 전 세월호 사건이라는 대형 참사를 겪은 정부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박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사태 진화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 부처가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나 국무총리가 공석인 것이나 모두 대통령 책임이다.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몸을 던져야 한다. 당장 예정되어 있는 미국 순방부터 취소해야 한다. 미국과의 현안논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메르스와 전쟁상황이다. 국민을 먼저 살려야 외교도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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