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국민과 건설사 중 누굴 위한 대책일까
2015-06-28 13:59:18 2015-06-28 14:07:33
수요자가 주도하던 부동산시장 무게 중심이 공급자에게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공급자 대표인 건설사는 분양가를 올리고 계약금도 20%로 상향합니다. 착한 분양가와 5% 계약금에도 관심을 끌지 못하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경쟁적으로 청약전쟁에 뛰어듭니다. 그러면 분양가를 더 올리겠죠.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이에 앞서 정책의 주요 배려 대상이 건설사로 넘어갔기 때문은 아닐까요.
 
현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처음으로 내놓은 4.1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수급조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더 이상 공공분양을 하지 않기로 했죠. 민간아파트의 경쟁상품인 서민용 저가아파트를 줄여 건설사가 마음껏 분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전 정부의 역점사업 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은 공공분양 감소방침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반값에 공급된 강남권 보금자리 소수 입주자들 만이 특혜를 받은 채.
 
9.1부동산대책에서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해 더 이상 신도시 새 아파트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국민에게 알려줬습니다. 그 전부터 사실상 대규모 택지지정을 하지 않던 정부가 대대적으로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호언합니다. 신난건 건설사죠. 더 이상 새 아파트를 보기 힘들 거라는 말에 쌓여있던 미분양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갑니다. 5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2만8000여가구로, 현 정부가 집권하기 직전이었던 2012년 12월 7만5000가구보다 62%나 줄었습니다.
 
건설사를 배려한 정책의 백미는 청약통장 1순위 자격 완화입니다. 통장 가입 후 2년을 기다려야 했던 1순위 자격이 1년으로 줄었죠. 이로 인해 1순위 청약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립니다. 모델하우스는 내방객으로 북적이고, 높은 경쟁률의 1순위 마감단지가 속출합니다. 지난해 3분기 78.3%였던 초기분양률은 올 1분기 89.5%로 수직상승 했습니다. 건설사 초기 수익률이 올라갔다는 뜻이기도 하죠.
 
올 초 국토부가 선보인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는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었습니다.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키로 했는데요. 발표와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죠. 월 100만원(서울 기준)의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왜 돕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건설사 특혜 의혹이 제기됐죠. 국토부는 인센티브라고 부르고, 국회는 특혜라고 말하며 극명히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죠.
 
어쨌든 건설사에게는 새로운 먹거리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양념이 덜 됐다고 판단했는지 참여율은 기대보다 떨어집니다. 비싼 토지비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자 국토부가 알아서 나섰습니다. 더 맛있는 뉴스테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최근 국토부는 뉴스테이 관계 회사들을 불러 모아 왜 입찰을 하지 않으셨는지에 대해 친절히 물어보는 자리를 몇 차례 가졌습니다. 아마 여기서 나온 토지비 인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과연 부동산대책은 소비자가 힘들 때 나오는 걸까요. 아니면 공급자인 건설사가 필요할 때 나오는 걸까요? 전세난은 식지 않고, 집값은 예전보다 조금 나은 정도. 하지만 분양은 폭발적.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부동산대책에서 최상위에 있었던 배려대상은 누구였을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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