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주식시장과 은행영업을 모두 중단하면서 본격적인 디폴트 초읽기에 들어갔다.
뱅크런(예금인출)으로 현금 인출기가 바닥을 드러내자 전면적인 금융시장 통제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디폴트를 가정한 시나리오 논의 작업에 착수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다수의 외신은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험로(險路)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5일 채권단이 제시한 경제개혁안에 대해 국민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제안에 채권단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핵심 근거다. 국민투표는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
채권단은 더 이상 디폴트가 무서워 그리스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그리스의 변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코멘트를 던졌다.
우선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즉각적인 디폴트 인정과 자본규제 도입이다. 이 경우, 그리스와 유로존 전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그리스의 예금 인출 가속화, 자본 유출 확대로 인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자본규제 도입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디폴트 이후 그리스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을 터. ECB(유럽중앙은행)는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 축소에 들어가 그리스 돈줄을 아예 마르게 함으로써 개혁안에 대한 그리스의 양보를 얻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시나리오는 일시적인 디폴트로 그리스를 궁지로 몰아놓은 후, 결국 그리스의 무릎을 꿀리겠다는 것. 그리스가 지는 싸움으로 끝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에서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가정도 나오고 있다. 예상 외로 빠르게 사태가 수습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유로존 협상안을 수용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그리스 협상 진통이 봉합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디폴트 이후 그리스 경제가 입을 치명타가 상당한 만큼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자는데 찬성표를 던질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것. 이후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과 조기총선 실시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우리는 누구를 믿고 개혁안을 실행햐야 하냐"며 "그리스 내각 수립의 필요성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조존 이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말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된 이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전화통화를 갖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만은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렉시트가 몰고올 글로벌 금융시장의 파장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그리스가 개혁을 지속하고 유로존 내에서 성장하는 길로 복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EU 정상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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