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성과관리 혁명…경쟁에서 협동으로
개인평가 없애고 대화와 피드백 중심의 기업 문화 확산
2015-07-05 14:41:16 2015-07-05 14:41:22
지난 2013년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익명의 인사부(HR)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야후 성과관리 시스템인 QPRs의 부당함을 꼬집는 글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나는 직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 일은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해당 직원과 QPR 미팅을 할 때마다 불편하다. 목표에 미달하는 직원을 솎아내야할 필요도 있지만, 과연 이게 정당한 방식인지 의심스럽다”
 
이후 이 편지는 야후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고. 회사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용에 심히 공감한다는 직원 수는 1531명에 달했다. 성과관리 체계를 둘러싼 불만이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야후처럼 직원의 능력을 수치화하거나 등급을 매기는 수직적 성과관리 시스템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너무 비인간적인 데다 소통과 개인 능력 발전에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 특히,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올초 인력개발연구소(CIPD)가 미국 기업 직원 22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리인이 지시사항을 단순히 나열해주기만 했다는 답변이 49%에 달했다. 18%는 아무런 피드백을 얻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목표 설정 없이 일한 직원은 40%에 육박했다. 성과관리가 개인을 기준으로 이뤄진다고 답한 이는 62%로 집계됐다. 이런 조사 내용을 토대로 기업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개인의 역량과 협동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 PM)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협동과 대화로 성과관리 전략 급선회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성과관리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원활한 피드백과 소통, 인간미를 가미한 새로운 PM 체계가 있어야, 단순 생존을 넘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IT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지난해 부로 직원들의 성과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 제도를 폐기 처분했다. 이전까지 MS는 모든 부서 직원들을 최우수, 우수, 평균, 평균 이하, 낙제 등으로 분류해 등급을 매겼다. 상대평가였기에 직원들은 동료와 협동하기 보다 경쟁하는 데 집중했다.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뒷거래도 난무했다.
 
MS가 갑자기 스택 랭킹 제도를 포기한 이유는 직원들 간의 불필요한 경쟁이 협동과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 서로 경쟁하느라 ‘잃어버린 10년’을 보냈고 창조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반성도 잇따랐다. 당시 MS 인사부 대표였던 리사 브륌멜은 전 세계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지난 2년간 수천명의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은 결과, 팀워크와 공동작업에 더 집중하고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애쓰기로 했다”며 “더 이상 직원을 점수로 매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회계법인 전문업체 딜로이트도 MS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연간 평가 제도를 없앤 것이다. 딜로이트는 대신 직원들 간의 빈번한 토론과 팀 단위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연간 평가로 개인을 자극하기보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스티븐 롤스 딜로이트 영국 HR 대표는 "우리는 사람에 대해 말했던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 사람과 말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를 했다"고 말했다.
 
◇동료 평가·클라우드 이용한 피드백도
 
그렇다고 평가 체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고위 임원이 주도하던 개인 평가를 다면평가로 수정·보완해 PM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업체는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다. 구글의 'OKRs(Objectives and Key Results)' 평가 시스템은 ‘개선 요망’부터 ‘훌륭한’까지 총 5개 등급으로 이뤄져 있다. 구글은 이 등급을 기준으로 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그런데 단순 평가에 그치는 기업들과 달리 구글은 평가 결과를 피드백을 위한 도구로 쓴다. 단순히 잘잘못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년 11월이면 모든 구글 직원은 인사 담당관과 일대일로 만나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 후에는 어떻게 하면 구글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토론이 이어진다. 또 한가지 특이한점은 개인 평가에 팀 동료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때 이 동료 집단에는 무조건 해당 직원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이 포함돼야 한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구글은 이러한 다면평가로 개인의 업무 욕구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협동심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레드햇도 구글처럼 개인 평가 시 동료의 의견을 반영하고 피드백도 강조하고 있다.
 
아예 직원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기업도 존재한다. 영국의 고급 식료품 브랜드인 웨이트로즈는 개인과 팀의 역량을 극대화 한다는 PM의 목표를 이루려면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보고 ‘공동혁신도구(collaborative innovation tool)’ 제도를 확립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영업에 쓰겠다는 것. 이를 위해 웨이트로즈는 모든 직원들이 즉시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클라우드를 개설했다. 덕분에 지난 6개월간 모인 의견이 지난 6개월간 취합된 의견보다 더 많았다. 아울러 웨이트로즈는 임시 정찰제, 영수증 관리 등 모집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 10만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한편, 비즈니스 전문 매체 엔터프리너는 “기업과 직원 간의 소통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인사담당 매니저들도 평가로 개인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보다 피드백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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