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친화적 환경부터 만들어라
(집중기획)경제자유구역..비전을 살려내라
선택과 집중에 실패..부처이기주의 설상가상
조급한 성과주의 경계..외국기업에 당근 더 줘야 성공
2009-05-21 10:00:00 2009-05-21 11:04:11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경제특구가 출범한지 7년이 지나고 있지만 외국자본은 구경하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한 개의 특구라도 제대로 키웠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로 온 나라에 특구를 지정해 힘을 분산시킨 게 뼈아픈 실책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처이기주의가 더해져 외국기업의 구미를 당길만한 환경 조성에도 실패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특구는 3500여개에 달한다. 세계 각국의 많은 경제특구 중에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력적인 구석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한 것이 무시못할 현실이다.
 
◇ 높은 인건비로 외국기업 유치할 수 있나
 
한국의 세제혜택은 두바이를 제외하곤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유리하다.
 
한국은 외국기업이 소득세의 경우 17%의 단일세율을 적용받거나 소득액의 30%를 공제 받는 것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다 처음 5년간은 법인세를 100% 감면받고, 그 후 2년간은 50%를 감면해준다.
 
인근지역에서 경쟁상대로 꼽히는 홍콩과 중국은 별도의 세제감면이 없고, 중국 푸둥지구의 경우는 하이테크 기업에 한해 15%를 감면해준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한국처럼 모든 외국기업에 세제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는다. 선도기업으로 지정된 곳만 5~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생산설비를 신규로 투자할 경우에는 3년간 매년 33.3%의 감가상각을 허용해준다.
 
두바이의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면제되고 관세도 5%만 부과한다. 세제혜택만으로 보면 한국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두바이 한 곳이다. 
 
한국은 또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임대료도 최고 100%까지 감면해주고, 개발사업시행자에게는 농지조성비 등 부담금도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6년말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 현황을 보면 중국 724억달러, 싱가포르 257억달러, 홍콩 429억달러다. 지난 2007년까지 신고된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05억1000만달러다.
 
다른 나라보다 1년을 더해도 따라갈 수 없는 규모다. 이 가운데 경제자유구역에서 신고된 금액은 16억6000만달러가 고작이다. 세제혜택이 월등한데도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외국기업들이 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장의 규모와 접근성, 그리고 인건비다.
 
중국의 경우 내수시장이 워낙 방대하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중국 본토와 가깝고 인근에 베트남, 태국 등 신흥 시장국이 포진하고 있다.
 
인건비는 중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단순히 최저임금으로만 비교해봐도 우리나라는 월 90만4000원이지만 중국은 12만3733원에 불과하다. 9배나 차이가 난다.
 
한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뒤처지는 다른 이유는 '규제'다. 한국의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은 수도권을 선호한다. 수도권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고,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수도권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3500여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는데 그 중에 각 나라가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이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외국인 생활여건부터 만들어라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한국과 인건비 수준이 높거나 비슷한 싱가포르와 홍콩이 우위에 있는 것은 왜일까. 바로 영어 때문이다.
 
자본을 투자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려면 우선 말이 통해야 한다. 자녀의 교육문제도 급하다. 가족이 아플 때 달려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도 걱정이다.
 
한국에는 영어 쓰는 학교와 영어 쓰는 병원이 없다. 싱가포르는 평소에 영어를 쓰고, 홍콩은 영어가 제2외국어로 널리 쓰인다. 어딜가도 영어만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학교도 병원도, 심지어는 변변한 쇼핑센터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공장건물만 지어놓고 "우리 건물 지어놨으니 너희들 들어와서 사업해라"라고 하는 꼴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외국인 학교도 이제 설립하는 중이다. 인천경제특구 내 송도국제학교가 오는 9월 개교할 예정이고, 대구·경북경제특구 내 외국인 자녀들을 위해 대구시가 오는 2010년 9월 개교를 목표로 대구국제학교를 건립하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한 셈이다.
 
반면 영어를 쓰는 외국인으로선 한국 병원이 무섭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투자개방형 의료병원(영리병원) 설립을 위해 법개정을 추진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달 발표한 서비스선진화 계획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경제자유구역 등지에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받아 외국인을 위한 병원도 설립될 것이란 복안이었지만 지금으로선 언제 다시 현안으로 떠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도 경제특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특구 내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주범 재정부 지역경제정책과장은 "정부는 그동안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며 "외국인들이 국내 들어와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영어사용, 외국인 학교, 외국인 병원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 다른 경쟁국에 비해 시장이나 인프라면에서 앞선다. 비록 인건비는 조금 비싸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양질의 인력이 넘치고 시장도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적은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규제개혁의 본질적 측면과 조급한 성과주의로 인해 일을 그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외국인 투자가 수출만큼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시욱 KDI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외국기업이 편하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정주환경이나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기업에 대한 폐쇄적인 사고를 바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면 구미를 당기는 당근이 더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성공한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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