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 양극화가 극심해 지고 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계층은 집값 하락과 부채 고민을 덜었지만, 세입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값에 허리가 휜다. 전세마저도 얻지 못해 월세로 밀려난 세입자들은 통장에 잔고가 남질 않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5.53% 상승했다. 집권 첫 해 0.43%에 그쳤던 상승률은 2년 차인 지난해 2.42% 확대 됐다. 올해는 6개월 만에 2.56% 올라 지난 한해 상승률을 추월했다. 특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5억513만원을 기록, 2년 2개월 만에 5억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집값 회복과 전세난에 주택거래도 급증했다. 이번 정부 들어 전국에서는 246만8023건이 거래됐다. 올해는 매달 역대 최고 거래량을 갈아치우고 있다. 주택매매거래시장이 살아나며 법원 경매로 급하게 처분하던 물량도 줄었다. 올 상반기 법원경매가 개시됐던 물건은 8만346건으로 2001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채무 불이행으로 경매 처분되기 전 일반매매시장에서 부동산을 매각해 채무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부채 부담이 작아져 경매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수혜를 입고 있는 집주인들과는 달리 세입들은 치솟는 전셋값에 주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2013년 1월~2015년 6월 전국 전셋값은 14.7% 상승했다. 서울은 18.5% 올랐다. 6월 현재 전국 평균 전셋값은 1억9868만원으로 KB국민은행 집계 최초로 2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현 정부 집권 직전 2012년 말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억5579만원에서 4000만원 이상 올랐다.
특히, 전세에서 밀려나 월세로 전환되는 세입자가 급격히 늘며 주거비 부담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전국 전세거래량은 43만6711건을 기록했다. 2013년 44만5637건, 2014년 43만4230건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월세는 33만4621건으로 2013년 28만3126건, 2014년 31만7098건에 이어 증가세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임대차계약 중 월세 비중은 38.8%, 42.2%, 43.3%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주택 구입 능력도 없는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월세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매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았지만 전세난은 여전히 주요 사회 이슈로 남아있다"면서 "어렵겠지만 세입자가 원하는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매매가는 이번 정부들어 3억원 가량 올랐지만 전셋값도 3억원 이상 상승해 세입자 부담을 키웠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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