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월 3일 총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고 기금 자체변경을 통해 3조1000억원, 공공기관·민간 투자를 통해 2조3000억원, 정부출연·출자를 통한 보증·보험·여신 지원 4조5000억원 등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지출확대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추경편성은 기본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불가피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의 추경편성은 지금의 우리 경제상황에 비추어 바람직한 일인가? 재정학자들은 이번 추경의 편성요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상치 못했던 메르스 사태나 장기화되었던 가뭄, 그리고 그리스발, 중국발 경제적 악재들 때문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된다”고 말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최근 극심한 가뭄과 예상치 못한 메르스 발생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경기가 침체기에 빠질 때 가장 고통을 겪는 주체는 저소득층인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와 재정낭비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생산성 제고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정부가 제출해 국회가 심의 중인 2015년 첫 추경에 대해 국민들이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관전법을 김상겸 단국대 교수와 김홍균 서강대 교수의 설명(국가미래연구원 블로그의 글에서 발췌)으로 들어본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단기 부양책, 경제의 근본체력 약화시킬 수 있어”
정부가 아직도 3% 성장률을 장담하고 있는 것은 추경이 추진됨을 전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추경이란 매우 빈번하게 추진되는 것이라, 이제는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짙지만 사실 추경이 빈번히 집행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추경은 사전적으로 ‘예산이 성립한 후에 생긴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라 정의되어 있다. 정의에 따르자면 추경의 본질은 ‘부득이한 사유’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부득이한 사유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2000년대 이후 작년(2014년)까지 총 14회가 집행되었으니, 거의 매년 부득이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빈번히 추진되는 것인가? 여러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성장잠재력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목표치는 긍정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정하다보니 번번이 목표보다 낮은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달갑지 않을 것이므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즉 단기 부양책이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추경이란 단기 부양책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단기부양책이든 아니든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언뜻 그러할 것처럼 보이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단기부양책이 경제에 긍정적이었던 경우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의 긍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 경기지표가 좋아지는 것이다. 당장 정부가 돈을 쓰게 되니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경제성장이란 결국 소비와 투자의 함수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의 증가는 소득의 증가, 즉 성장률의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정부가 돈을 더 쓴다는 것은 어디서부터인가 그 돈을 마련해 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가 쓰는 돈은 대개 민간, 즉 기업이나 가계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쓰는 돈은 사실 따지고 보면 민간이 써야할 돈인 것이며, 정부가 돈을 더 쓰는 만큼 민간이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민간의 지출여력이 감소하는 것은 결국 소비 및 투자 감소를 의미하게 되는데, 이는 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추경이 발생시키는 부정적 효과이다.
결국 추경이 당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더 커야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경기부양책이 매번 성장률을 높이고 호황을 불러일으킨다면 왜 많은 국가들이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겠는가?
단기 부양책이 갖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의 본질적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부양책이란 일종의 피로회복제다. 피로회복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활력이 생겨 체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시간이 흘러 그 효과가 사라질 때 즈음이면 전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피로회복제보다 좋은 것은 체력의 본바탕을 키우는 것이다.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피로회복제를 복용하는 것 보다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력도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체력을 강화하는 것은 부작용도 없고 지속성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와 같이 근본적 체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현대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체질개선 또는 구조조정이라고 한다.
사실 올해의 추경은 그 사유가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단기적 부양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이 비록 쉽지 않더라도 당초에 계획했던 구조조정 계획은 꿋꿋이 추진됨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나은 해법인 것이다. 언제까지 피로회복제만 복용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추경 경제 성장시키는 방법 아냐. 생산성 향상이 정답”
추경은 유효성에 관계없이 정치의 속성상 경기 침체기에는 앞으로도 빈번히 사용될 수밖에 없고, 그 반대급부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이의 유효성을 논하기보다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한다. 그 차원에서 추경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박근혜대통령이 얼마 전 언급했던 것처럼 2016년 예산지출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관행처럼 이루어져왔던 예산지출 항목들 중 정부가 해야 할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예산이 제대로 투여되고 있는 지, 엉뚱한 곳으로 새는 예산은 없는 지 등을 사업별로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언뜻 보아도 “정부가 왜 이런 일에 예산을 쓰지?”, “정부가 이런 일을 왜 하지?” 하는 의문이 드는 예산 항목이 많다.
세입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지출 조정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막음으로써 세입을 늘릴 필요를 없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세계잉여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위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고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둘째, 추경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추경은 성격상 일반예산과는 달리 신속하게 계획·집행되어야 하는 만큼 지출의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매년 일반 예산을 짤 때 추경(특히 세출추경)에 대비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생각해두는 것이 어떨까 한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추경의 일정 부분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으나 국민의 안전에 필요한 부문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셋째, 정책적 시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추경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디에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적기에 사용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경처럼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재정정책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정책적 시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야 한다.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치적 결탁 혹은 주고받기(logrolling)은 없어져야 한다.
넷째, 추경 특히 세출추경인 경우는 반드시 성과에 대해 분석하고 공표하는 관행, 즉 추경가계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추경세출 대부분은 긴급 상태에 발생해 일반예산과는 달리 통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06년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40억 달러(이라크전 전비 조달 포함) 규모의 긴급예산을 편성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풍 피해 복구와 별로 관련이 없었던 어업 및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많은 지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경기가 어렵고 긴급 사태가 발생한다면 추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는 지극히 평범한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사실만은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추경은 경기 변동을 완화하는 방법이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전문가들은 추경은 ‘피로회복제’일뿐 경제성장의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은행 본관에서 설 자금을 운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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