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을 부대의견으로 확약하는 문제가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세입경정예산 5조6000억원 전액삭감을 원칙으로 하되, 이 예산을 반영하려면 추경안에 ‘향후 법인세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법인세 감면이 세수결손의 원인인 만큼, 국채발행을 통한 세수보전은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세수결손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법인세수 감소가 세수결손으로, 다시 세입추경과 국채발행,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추경 처리시한이 임박한 만큼, 법인세 인상을 통한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을 추경안의 부대의견으로 첨부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 때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의 구체적인 법인세 인상 방안은 기존에 발의된 법인세 3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4월 임시국회부터 법인세율을 구간별로 2~3%포인트씩(최대 25%)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낙연 의원),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7%에서 18%로(과세표준 100억~1000억원 12%→14%) 인상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최재성 의원),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 기업에 대한 감면혜택을 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홍종학 의원)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중점처리 법안으로 묶어 추진 중이다.
이번에 새정치연합이 요구하고 있는 부대의견 첨부는 구속력을 지닌 합의보다는 약속의 성격을 지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에서 “부대의견 명시는 구체적으로 뭘 요구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후에 여야가 함께 법인세 인상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에 동의를 구하자는 큰 틀에서 사전 합의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요구에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선 여권은 법인세 감면이 아닌 경기침체에 세수결손의 원인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6일 “야당은 마치 세입부족 원인이 법인세 등 감세에 있다고 주장하나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2년 이후 최저한세율 인상(14→17%) 등 대기업 감면 정비로 2008년 세율인하 효과 상당부분이 상쇄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의원은 “세입경정의 주요내용이 부가가치세 3조4000억원, 법인세 2조1000억원, 관세 1조3000억원이라는 점에서 세입부족의 주요인이 경제침체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도 “법인세 인상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므로 부적절하다. 글로벌 조세경쟁 추세에 역행하고 기업 투자·고용 위축 유발로 경기회복 저해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종합하자면 법인세 감면은 세수결손의 원인이 아닐뿐더러,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돼 경기가 침체되고, 이로 인한 세수결손으로 재정건전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부대의견 반대의 배경에는 지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부칙 논란 때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서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공방으로 인해 시한 내 추경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경안은 오는 23일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24일 본회의 상정이 예정돼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가운데)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왼쪽)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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