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대형 SUV '파일럿'(사진=혼다코리아)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RV 인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적통으로 자리잡던 세단이 대세 자리를 내준 것은 더이상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 올뉴투싼부터 기아차 쏘렌토·카니발,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한국지엠 트랙스 등 국내 완성차들도 주력 SUV 띄우기에 한창이다.
이같은 기조는 수입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록 아직까지는 독일 디젤 세단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 중이지만, 틈새시장을 노린 RV모델들의 인기가 살아나는 중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RV모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시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RV 기본 덕목을 충실히 갖춘 '믿을맨' 혼다 파일럿을 타고 캠핑을 떠나봤다.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혼다 파일럿의 외관 디자인(사진=정기종 기자)
파일럿의 외관은 굵직굵직하다. 최근 소형 SUV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전장 4875mm, 전폭 1995mm, 전고 1840mm의 차체와 전면부 대형 그릴, 각진 4각 리어램프, 하단 듀얼 머플러 등은 딱 봐도 '상남자'스러운 외관이다. 어지간한 충돌에는 꿈쩍도 안할 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
외관에서 주는 큼직한 첫 인상만큼 실내 공간 또한 넓다.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표방한 내부 공간은 분할 플랫 폴딩 2·3열 시트를 적용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못 타는 자리'로 인식되는 3열 시트는 모든 체구의 성인 남성 중 95%를 수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파일럿 내부 전경. 3열 시트에도 실제로 사람이 충분히 탑승할 수 있을만큼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사진=혼다코리아)
또 3열 시트에 적용된 컵홀더와 시거잭 등은 명목상이 아닌 정말로 사람을 태울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혼다의 의지와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여행기간 동안 180cm의 남성과 168cm의 여성이 3열 시트를 이용했지만 나쁘지 않은 평을 이끌어냈다. 적어도 실제 사람이 탈 수 있을만한 공간이란 의미다.
◇3열 시트에도 적용된 컵홀더와 시거잭 등은 탑승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요소다.(사진=정기종 기자)
509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아웃도어 캠핑용품이나 유모차 등을 적재하기 용이하다. 특히 3열 시트를 접었을 때는 "차가 크긴 크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적재용량을 갖췄다.
◇3열 시트 일부를 접은 파일럿의 트렁크 공간(사진=정기종 기자)
단순히 크기만 큰 차량이라면 숨은 보석이라는 표현이 걸맞지 않다. 그만큼 실내 공간에 뒤지지 않을 경쟁력의 주행 성능을 갖췄다. 3.5 VCM 엔진을 갖춘 파일럿은 최대 257마력, 35.4 kg·m의 출력을 내며 4륜 구동 SUV 특유의 힘을 뿜어 낸다. "진짜 SUV란 이런 것"이라고 외치는 듯한 엔진음과 함께 가파른 언덕길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또 외부의 소음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감지, 실시간으로 부밍 소음과 역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발생시킴으로써 소음을 저감시키는 시스템이나 엔진 진동을 줄여주는 ACM 시스템 등은 주행 중 실내 소음으로 부터 한결 자유로워 질수 있는 기능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대형 가솔린에 4륜 구동 SUV 모델인 만큼 복합 연비 8.2km/l(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는 차지하더라도, 차량제어를 위한 내부 시스템이 한글화가 돼있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사진=정기종 기자)
국내 소비자들은 혼다의 SUV하면 대부분 준중형 모델인 CR-V를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무난한 디자인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혼다를 대표하는 SUV로 자리잡은 것이 CR-V다. 파일럿이 최근 국내 시장의 RV 트렌드에 부합하는 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북미 시장에서 매년 10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인기 모델임에도 국내 인지도가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분명 파일럿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스트 셀링 모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묵직한 외관에 그에 어울리는 주행성능, 넓직한 실내공간 등을 감안하면 혼다 SUV 라인업의 숨은 보석이란 평가는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올해 출시되는 풀체인지 모델을 통해 파일럿의 진정한 매력이 빛을 보길 기대해본다.
◇(사진=혼다코리아)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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