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면 중년 탤런트가 '나이가 많아도, 병력이 있어도 묻지 않고 무조건 '원스톱' '다 보장! 실버보험에 가입했으니 자식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함께 가입하자고 한다. 전화 한 통이면 되고 자식이 대신 가입할 수도 있다. 이를 실버보험, 또는 효도보험이라고도 하는데 어르신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병원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홈쇼핑채널과 매체광고가 실버보험을 들어드리는 것이 자녀의 의무라고까지 얘기한다. 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다 보장해주지 않는다. 금융회사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낮아질수록 금융사는 더욱 사악해지고 소비자가 미숙하게 대처할 때 호갱(호구+고객)님으로 알기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지하게 되는 경우 투자형, 저축성·종신, 보장성 보험 순으로 하는 게좋다. 사진/뉴스1
고객을 '호갱님'으로 여기는 보험사?
실제 몇 년 전 A사는 실손 뉴알파보험상품을 입원비 상해보험을 출시했다가 입원비 지급이 많아지자 그해 8월에 바로 판매를 중지했다. 이후 보험료는 올리고 보상범위는 줄어든 뉴베스트입원비상해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놨는데 문제는 1년 뒤 자동갱신 시기가 도래하면서 발생했다. 보험회사에서는 구 버전의 상품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이 일부 지급된 경우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내용 증명 우편물을 보내고 입원비가 지급되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뉴 버전의 상품으로 전환가입을 유도했다가 이를 거절하면 해지 통보를 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실버 보험의 문제점은 광고하는 대로 '병을 앓는 대로' '나이가 많아도' '무진단' '무심사' 다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이든 펀드이든 가입할 때 보면 항상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어 읽기 어렵게 되어 있는데 이 글씨가 사실 가장 중요하다. 특히, TV 광고에 "일정 기간 후에는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나 '묻지 않고 보장해주는 보험'에 가입되었다 하더라도 보험회사의 선택에 따라 보험계약 유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늘수록 위험의 정도가 커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회사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금리시대 금융사 꼼수도 '진화'
그뿐만 아니다. 어떤 때는 “기존보다 보장 기간도 길고 특약도 보완한 베타보험이 답이다. 병원처방전만 받아와도 건당 2만원씩 받을 수 있다”며 법 개정 전 마지막 기회라며 상품 변경을 권하는 전화도 많다. 보험가입자들은 계약 전환, 보험 갈아타기, 리모델링이라는 여러 단어를 들지만 모두 보험설계사들이 가입자에게 신규 가입을 권하는 말이다. 신규 가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를 상대로 계약 유지보다는 상품 변경을 유도하는 것으로 회사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다.
2000년대 전후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보험이율이 10%대에 달하는데 현재 1%에도 못 미치는 금리구조에서 그런 수익을 내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만큼 이런 꼼수에 넘어가 계약을 해지 또는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고객의 연금계좌 갈아타기를 수수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0.1%라도 더 떼먹기 위해 머리를 쓰는 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물렁하게 있다가는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는 돈이 다 새나간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 라이프플래너도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보험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며 "갈수록 보험료가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보험 절대 해지하지 말자
소비자도 똑똑해져야 한다. 이제 할 일은 갖고 있어야 하는 보험과 해약해야 할 상품을 나누는 것이다. 우선 오래전에 가입한 보장성보험은 절대로 해지해서는 안 된다. 예정이율이 높아(7.5%~12%) 현재 판매중인 보험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매우 저렴하고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할 경우 같은 연령이라도 보험료가 비싸지며 나이가 많아져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고 보장범위도 좁기 때문이다. 둘째, 가입 후 건강과 직업이 바뀐 경우에도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가입 후 입원, 수술 등 각종 병력사항이 있으면 재가입이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나 직종으로 변경된 경우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장내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가 해지를 권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상품은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2000년 전후에 가입한 확정이율로 되어있는 저축보험과 연금보험이 있다면 붙들고 있는 게 좋다. 이런 경우 보통 보험사는 변동이율로 갈아타거나 해지를 권유하는 데 조언이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유배당 보험도 해지하지 말아야 한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이익이 발생되었을 때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환급해 주는 보험인데, 지금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보험사가 유배당 보험을 판매 중지하고 현재는 무배당보험을 판매하고 있는데, 유배당 보험을 섣불리 해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보험 해지는 '투자> 저축형 >보장형' 순서로
경제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지하게 되는 경우 투자형> 저축성·종신> 보장성 보험 순서로 해지하는 것이 좋다. 지금처럼 저금리, 경기침체기에는 투자형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은 원금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금리가 낮아 가입 시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므로 메리트가 적어 우선 해지하는 게 유리하다.
금소원 보험국장은 “보험은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손해를 보므로 보험계약 내용을 잘 확인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절대로 해지하면 안 되는 보험이 있고, 일시적으로 급전이 필요하면 중도인출이나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게 좋으며, 보험료 납부가 어려우면 자동대출납부, 감액, 계약전환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해지가 불가피한 경우 투자형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을 먼저 해지하고, 보장성 보험은 마지막에 해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조언했다.
명정선기자 cecilia10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