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업계에 순한 맛의 '과일 소주'(리큐르) 열풍이 불면서 뜻하지 않게 맥주 시장이 울상이다. '시원한' 맥주가 많이 팔려야 하는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매출 신장률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26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 4월 소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5% 성장해 맥주의 매출 신장률(21.6%)을 바짝 쫓더니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된 5월부터는 31.2%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맥주(24.1%)를 역전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과일향 리큐르 제품, 일명 '과일 소주'는 기존 소주보다 낮은 13~14도의 알코올 도수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특유의 과일향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소주 특유의 쓴맛이 없는데다 일단 잔에 따라놓으면 외관상 일반 소주와 차이가 없다보니 술자리에서 맥주 대신 소주잔으로 '건배'하는 젊은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출시 100일만에 4000만병 이상 판매됐다.
또 '과일 소주' 열풍에 자극받은 주류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해 무학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등 총 11종의 과일맛 칵테일 소주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맥주는 무더위가 찾아오는 6, 7월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률은 10%대(6월 16%, 7월 19.3%)에 그친 반면, 소주는 6월 34.2%, 7월 48.1%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되기 직전인 지난 3월의 경우 맥주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소주는 12.9%였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소주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9.1% 신장한 반면, 같은기간 맥주는 9.2% 감소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소주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무려 55.9%나 상승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산맥주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CU의 국산맥주 매출 신장률은 6월 -9.9%, 7월 -7.3% 등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과일소주 열풍에 밀리고, 수입맥주의 저가공세에 치였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산맥주의 매출규모가 수입맥주보다 높긴 하지만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맥주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초 아예 리큐르 신제품 '자몽에이슬'을 내놓고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자몽에이슬'은 아직 시중 주점 외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입점되지 않았는데도 출시 하루 만에 115만병이 판매됐다.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알코올 도수 5.8도의 신제품 '카스 비츠'를 출시해 클럽, 바, 카페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과일소주(리큐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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