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벤처투자사(VC)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VC들의 대규모 자금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 증가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큰 성과를 거두며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술에 IT가 접목되면서 의료 현장에서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규제 당국의 새로운 지침 마련 등의 변화가 헬스케어 산업의 몸집을 불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스타트업·벤처 시장에서 헬스케어가 부상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미국 투자시장에서 헬스케어 분야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해 유전 정보를 알아보는 바이오테크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여러 웨어러블 기기 등장의 영향으로 디지털 헬스 분야의 신사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유치하는 투자금 규모를 살펴보면 그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와 시장조사기관 PwC가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벤처투자는 90억 달러 규모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하면 30% 늘어난 금액이다. 또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총 304개 기업 중 115개가 헬스케어 기업이었다.
올해들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2015년 1분기에만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39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72% 증가한 약 2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56%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 연구가 시작된 유전자 치료 등 지노믹스나 면역요법 분야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헬스케어 전문 엑셀러레이터(창업기업 육성 전문업체)의 등장에도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한 엑셀러레이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사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규제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보다 정교한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무엇보다 보수적인 병원, 제약회사, 보험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을 주선해 함께 사업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의료기관의 정보화도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다. 독립적인 보안 웹사이트 구축,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 등의 의료기관의 정보화 바람이 체온, 맥박 등 건강정보 측정 및 관리 애플리케이션, 영상진단 소프트웨어 등의 출시를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2014년 한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전통적 의료기기와 본질적 동등성을 검사하는 절차인 '510(k)'에서 허가한 디지털 헬스 관련 기기 및 모바일 앱의 수는 31개에 달한다.
보고서에서는 헬스케어 분야가 과거와는 달리 점점 세분화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헬스케어 분야 벤처투자 활성화의 배경으로 들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블록버스터(Blockbuster)' 제품들이 사리지고, '니치버스터(Nichebuster)' 제품들이 여럿 등장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지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도 세분화된 질환 및 치료 영역으로 사업기회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세분화 된 시장은 전문 기술역량을 갖춘 업체들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FDA가 헬스케어 신기술에 대해 과거 규제와 비교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헬스케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FDA가 유전자 분석 검사서비스 업체인 '23andMe'의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유전자 검사를 허가했다는 내용을 예로 들었다. FDA는 2013년 23andMe에 대해 진단 결과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고은지 연구위원은 "헬스케어는 어느 분야보다도 영상정보 분석기술, 센서기술, 빅데이터 등 IT 기술의 혁신에 의한 발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고령화 및 삶의 질 추구 등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들이 지금과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연구개발 등 차별화된 역량으로 맞서 나간다면 헬스케어 부문에서 시장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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