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해양플랜트발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해 조선3사 모두 비상경영에 돌입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2분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3사 모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3사의 적자규모만 총 4조75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데다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이 확대되면서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는 29일 일제히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후 4~5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현대중공업(009540)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9461억원, 영업손실 1710억원, 당기순손실 24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8%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지속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매출액 감소는 드릴십 등 인도에 따른 선박 건조물량 축소와 정유공장 정기보수로 가동률이 떨어진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업손실은 ▲조선부문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 인도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해양부문 해외 현장 설치공사비 증가 및 일부 공사의 공정 지연 ▲선박 2000척 달성기념 특별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967억원의 일회성 비용 발생 등이 영향을 끼쳤다.
반면 엔진기계부문과 전기전자시스템부문, 그린에너지부문 등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정유부문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 마진 호조로 흑자 폭이 확대돼 전년 동기 대비 전체적인 영업 손실 규모는 축소됐다.
삼성중공업(010140)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4395억원, 영업손실 1조5481억원, 당기순손실 1조15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8.7%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분기 영업손실 1조1550억원은 사상 최대 규모다.
해양 프로젝트의 경험 및 역량 부족으로 인한 설계 물량 증가와 이에 따른 자재 발주 지연 등으로 공정이 자꾸 지연된 탓이다.
특히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와 호주 이치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에서 주로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도 이들 해양 프로젝트 손실에 대비해 수천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대형 해양 프로젝트의 경우 선상에서 수많은 인력이 동시에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협소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혼재작업으로 인한 생산효율 저하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3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564억원, 영업손실 3조318억원, 당기순손실 2조48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8.1%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인 송가 리그 프로젝트 등 미경험 해양프로젝트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공정지연 등으로 투입원가가 증가하면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일정지연과 재작업이 반복되고, 여기에 인력 부족으로 미숙련 근로자들까지 투입되면서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건조 중인 해양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분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전사적 점검을 통해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수익개선을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다양한 선박과 해양설비가 제작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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