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 기업들의 지난 분기(4~6월)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 회복과 전례 없는 엔저 흐름이 기업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제조사들의 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실적을 발표한 일본 상장 기업 596곳 가운데 70%가 지난 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평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으며 세전 이익은 28% 늘어났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대중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 중심으로 실적 우려감이 컸으나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됨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제품의 매출 호조가 독보적이었다. 닛산 자동차는 북미 지역에서 마진율이 높은 SUV(Sports Utility Vehicle) 중심의 판매호조로 지난 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동차, IT 부품 제조업체인 히타치 제작소는 히타치 북미 판매는 자동차 부품과 IT 관련 제품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40% 증가했다. 혼다자동차는 신차효과로 판매량이 30% 급증하면서 순이익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후지중공업의 스바루 자동차의 분기 영업이익은 70% 늘었다.
북미 시장 호조와 함께 엔저가 맞물려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 역시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분기(4~6월)동안 엔화 가치는 추가적으로 5% 하락했다. 지난 6월7일 달러엔환율은 8년래 최고치인 125.63엔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금리인상 시기가 맞물리면서 달러 강세가 진행된 것이다.
엔저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내수 기업들 수익성도 개선됐다.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일본 최대 백화점인 이세탄 홀딩스의 면세점 매출은 3배 늘어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중국 경제 둔화에 대중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공작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 전자 부품 제조업체인 화낙(Fanuc)은 중국 스마트폰 수주가 감소함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건설장비 업체인 코마츠는 굴착기 등 건설장비의 중국 매출이 40% 가량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장사들의 올해 경상이익이 작년 대비 1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엔화의 추가 약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나 8년래 최저치에서 등락하고 있는 엔화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제조사들의 매출 호조는 상장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일본 스바루 자동차 본사 앞 쇼룸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스바루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급증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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