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일본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지수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그리스 협상, 중국 버블 우려 등 대외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가 기업 실적 등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닛케이 지수의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증시 145% 올라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올해 들어 반년 만에 20% 급등했다. 지난 4월22일 15년 만에 2만선을 뚫은 일본 증시는 지난 24일 18년 6개월 만에 2만860선을 넘어 고점을 새로 경신했다.
6월 초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리스 협상에 대한 우려감으로 주춤했으나 지난 24일에는 그리스 협상에 대한 타결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글로벌 증시 대비 상승폭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엔저가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 엔화 가치는 지난 2012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현재까지 달러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엔저는 수출 기업들의 호실적을 견인했고 그 결과 수출은 9개월 연속 증가했다. 1분기 GDP는 1.0% 증가로 세 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이 같은 경제 회복 기조는 고스란히 주식 시장에 반영됐다.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이후로 닛케이는 무려 14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펀더멘털 강화에 외국계 자금 몰려
엔저에 따라 신바람 난 외국인들은 일본 증시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유입된 해외 자금이 이번 랠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증시에 남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아베노믹스의 본격 시행 때부터 현재까지 일본 증시에서의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은 90%를 육박했다. 이 가운데 스페인 자금은 4배 이상 확대됐고 말레이시아 자금은 2.4배 늘었다. 이스라엘, 인도 자금도 꾸준히 유입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엔저가 증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타국가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이탈이 우려되지만 일본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가 엔저로 이어져 수출 기업이 오히려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에이지 유지마 다이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본 증시의 자금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며 “수출 기업들에겐 오히려 달러·엔 환율 상승이 호재”라고 말했다.
◇"닛케이 연내 2만5000선 돌파 기대"
이에 따라 일본 증시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랠리가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일본 증시가 2000년 IT 버블 이후로 고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거품이 아니다”라며 “실물 경제 회복이 랠리를 견인했다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몬지 소이치로 다이와증권 전략가는 “하반기 닛케이 지수는 펀더멘털 회복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며 “연내 2만5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리스 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어 수급 동향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노리히로 후지토 미스비시UFJ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외국인들이 지난달에만 1조7000억엔을 사들였다”며 “그들이 대외변수에 갑작스럽게 매도 포지션을 취할 경우 닛케이 지수는 많게는 1000포인트 가량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연설 중이다. 일본 경제 성장의 공신으로 아베 총리와 일본은행(BOJ)이 이끈 아베노믹스가 지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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