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노홍철의 빈자리로 인해 MBC <무한도전>은 위기를 겪을 것이다. 그만큼 <무한도전> 내 노홍철의 역할은 컸다." 지난해 11월 방송인 노홍철이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뒤 MBC <무한도전>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허지웅 평론가가 한 말이다. 허 평론가 외에도 <무한도전>의 위기를 예상한 사람은 많았다. 급기야 일부 팬들은 노홍철을 용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노홍철은 그만큼 능력 있고 사랑받는 방송인이었다.
음주운전 물의 이후 즉각적으로 하차를 결정했던 노홍철은 지난 9개월 동안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종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을 뿐이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방송인 노홍철이 MBC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복귀한다. 사진/뉴시스
그런 노홍철이 최근 유재석이 이적한 FNC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더니, 오는 추석에 편성될 가능성이 큰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에 복귀한다. 10일 FNC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노홍철은 평소 친분이 깊은 MBC 손창우 PD의 설득으로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홍철이 2·30대 일반인 남성과 함께 여행을 떠나 이야기를 나누고 힐링을 꾀한다는 콘셉트 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홍철의 복귀 소식에 여론이 떠들썩하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노홍철의 안방이었던 <무한도전>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여전히 그를 응원하며 <무한도전>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 반면 노홍철의 복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활동 복귀가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논리다. 음주운전 당시 일부 극성 팬들의 과도한 '쉴드' 때문에 노홍철의 이미지가 깎인 점도 복귀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
노홍철이 <무한도전>에 다시 복귀하기 위해서는 민심부터 되돌려야 한다.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손상된 이미지를 복구하고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호감형 연예인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앞서 물의를 빚고 모든 방송 활동을 하차한 뒤 복귀에 성공한 김구라가 좋은 예다. 김구라는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tvN <Taxi>와 JTBC <썰전>으로 복귀했다. 안방이었던 MBC <라디오스타>에는 가장 마지막에 얼굴을 비췄다.
<라디오스타>나 <무한도전>의 공통점은 팬들의 애착이 큰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두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방향이 흔들리거나 게스트를 잘못 섭외해 방송의 재미가 떨어졌을 경우 시청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는 한다. <라디오스타>의 제작진도 김구라가 다시 충분히 제역량을 다하게 됐을 시점에 손을 내밀었다. <무한도전> 제작진 역시 노홍철이 방송인으로서 다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할 때 복귀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노홍철도 결국 이 같은 명분을 김구라처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음주운전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것은 기본적인 조건에 불과하다. 자신의 재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증명해야 한다. 노홍철이 <무한도전> 제작진에게 명분을 줄 수 있을까. 앞으로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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