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손실로 국내 조선3사가 힘겨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형조선소와 중견조선소 간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이른바 일본식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전세계 조선시장을 제패했지만 이후 엔고와 한국 조선업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합병, 공동출자 등을 통한 통폐합 카드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일본 조선시장은 합병 등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C), 이마바리조선,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MI LNG 등 5사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해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가 탄생했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LNG 선박사업을 분리해 LNG전문 조선소인 MI LNG를 설립했다.
일본 조선업의 내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엔저로 선박가격이 15% 가량 낮아지면서 올 1월에는 월별 수주실적에서 중국과 한국을 꺾고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이 월별 수주실적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3월 이후 7년 만이다.
다만 구조조정 당시 설비를 대폭 감축하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종 건조가 어려워진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도 최근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조선소가 늘면서 이같은 합종연횡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한조선을 위탁받아 경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올들어 STX조선해양에 대한 위탁 경영도 대우조선해양에 요청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거부로 무산된 상태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위탁경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내부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소와 중견·중소 조선소와의 합종연횡은 주로 채권단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자금지원을 줄이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생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박을 건조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가 확대되고, 중견 조선소는 대형 조선소의 이름을 빌려 수주를 늘리고 건조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후판 등 조선기자재 공동 구매로 원가를 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조선업 침체기에는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STX조선해양의 위탁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이유로 산업은행의 요청을 거절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탁경영 룰이 바뀌면서 (대우조선해양) 연결 재무제표에 들어가게 된다”며 “노하우를 제공하는 위탁 경영만한다면 모르지만, 재무적 결합을 가져오는 위탁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 등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조선3사가 모두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위탁 경영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에서 대형조선소와 중견조선소가 각각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이 있는 만큼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지원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 통영야드 전경. 사진/성동조선해양.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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