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환율 쇼크에 글로벌 자산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의 연이틀 이어진 위안화 가치 평가 절하 영향으로 글로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상품시장 등이 무너졌다. 시장은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 흐름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위안화 가치 하락의 속도와 중국 정부의 후속 대응 조치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양 조치로 위안화 절하 선택한 PBOC
PBOC는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내리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12일(현지시간) PBOC는 달러·위안 환율을 전날 보다 1.62% 상승한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11일 PBOC가 달러·위안 환율을 직전일 대비 1.9% 올린 6.2298위안으로 고시한지 하루 만에 추가 절하한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 동안 부진한 수출과 제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전적인 부양 수단인 통화정책이 아닌 환율 정책을 택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통화 당국이 위안화 방어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 보유액을 투입하는 등 시장에 개입해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꾸준히 강세를 나타냈고 그 결과 위안화 강세는 중국 수출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정부는 더 이상 위안화를 방어하지 않는 대신 경기 부양을 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췄다며, 이에 따라 중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가들에 한해서 영향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원자재 시장 타격 불가피
PBOC의 위안화 평가 절하는 글로벌 자산을 흔들었다. 위안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신흥 시장 통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신흥국 주식시장도 일제히 낙폭을 기록했다. 아울러 중국발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주식시장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11일(현지시간) 유럽시장에서 독일DAX지수는 2.68% 하락했다. 영국FTSE100 지수와 프랑스CAC지수는 1% 이상 내렸다. 이날 뉴욕 3대 지수도 1% 내외로 내려앉았다. 아시아 시장 역시 연이틀 밀렸다. 12일 홍콩 항셍지수는 2% 이상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 중심으로 매도세가 몰렸다. 애플을 포함해 유럽 시장의 명품 소비재 브랜드와 자동차 기업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됐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적인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어 각국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하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돼 수출 수요를 위축시킬 경우 이들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원자재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PBOC의 첫번째 위안화 절하 소식에 11일 유가는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약세, 달러 강세로 중국 내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어 달러 표기의 원자재, 금속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추가 하락을 이끌었다.
외환시장 타격도 당분간 진행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신흥국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신흥국 통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어 신흥 주식시장에서의 추가 자금 이탈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위안화 약세 속도는 후속조치에 달려
글로벌 자산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11~12일의 위안화 평가 절하 단행은 통화정책 변경의 빙산의 일각으로 연내 추가 절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와 달러 강세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11일 PBOC는 성명에서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일회성 조치”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가속화됐고 12일 추가 절하를 단행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감안할 때 고시환율의 조정은 1~2회에 그칠 수 있으나 시장환율 방향성은 절하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 첸 첸 BNP파리바 거시 경제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5%에서 심지어 10%까지 위안화의 평가 절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개입의 몫은 중국 정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므로 단기간 내에 큰 폭의 절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두 번의 위안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인 조치로 마무리되고 정부가 후속 조치로 금리 인하 등의 유동성 정책을 발표하게 된다면 신흥국과 상품 관련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게는 수혜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속 조치에 따라 타 국가들에 대한 피해와 수혜 정도가 결정될 것이란 의견이다.
중국 100위안 지폐가 나란히 놓여져있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 고시에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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