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가 기술적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양적완화에 힘입은 호황을 끝내고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자산가격을 끌어올린 후유증으로 인해 신흥국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숙면한 '곰'(약세장)이 깨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에 따른 것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국 증시의 고평가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이어진 증시 호황이 서서히 마감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한 것으로 국가별로 저성장이 지속되거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대해 '비중축소' 전략을 제시하면서 "반등 때마다 서서히 주식을 파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부각되고 있어 추세적 약세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유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어느 정도 방향의 전환은 될 수 있겠으나 한국 증시는 아직 3~4년 박스권을 뚫지 못한 상황"이라며 "낙폭이 제한되는 가운데 유동성은 역할은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최근 미국이 4차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도 추가 양적완화를, 중국은 금리인하 이후 양적완화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글로벌 유동성 장세는 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세적인 약세장 진입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큰 그림에서 방향성 전환점에 선 것은 맞지만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조정이라는 의견이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화 유동성이 빠지고 있고 일단 시장이 조심해야 하는 상황임은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규모 큰 단기 리스크에 의해 증시가 완전히 베어마켓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지난 2011년 미국 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시나리오대로 9월 미국 금리인상에 이어 중국 정부의 정책이슈가 나오면 4분기 초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과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와 현재가 비슷하다"며 "등락 이후 두 달여 간 횡보세가 이어지거나 변동성 확대가 뒤따른 뒤 10월께 바닥을 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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