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저물가(디플레이션) 위험에 따른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위기 시발점이 됐던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신흥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더 둔화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도미닉 로시 피델리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발생한 신흥국에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10년 내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미닉 로시는 “과거 2번의 금융위기가 모두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며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로 점화된 신흥국들 통화 가치의 하락이 3번째 금융위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8~2009년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시작된 1차 세계 금융위기와 2011~2012년에 유로존 국가의 채무위기로 2차 금융위기가 시작된 바 있다.
최근 신흥국가들의 위기 조짐은 원자재와 부채, 주식 그리고 실물경제까지 이어져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위안화 평가 절하가 단행되면서 외환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동안 인도네시아의 루피아의 가치는 4% 가까이 하락하며 1997년 위기 수준까지 추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연초 대비 25% 급락했다.
신흥국들은 각종 부양책을 통해 환율 전쟁에 가담했으나 수출은 개선되지 못했고 수입이 줄어들어 불황형 흑자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FT는 신흥국들의 자국 통화 평가 절하로 수입을 제한,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로시는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점화됐다"면서 “수 개월 뒤에는 신흥국 통화 가치와 주가가 바닥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 불안으로 세계 교역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교역량은 1999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저성장과 유럽 경기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수출입 활동이 둔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신흥국 주도의 위기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로시는 “신흥국들의 가격 하락 압력은 계속되고 이는 공급감소로 이어져 세계 생산량, 산출량의 추가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로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이 더 깊은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흥국들이 과잉투자와 공급 감소를 이겨내야 하며 선진국들의 경우 세계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수요 확대와 교역량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시중은행의 직원이 루피아 화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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