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쇼크로 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국가가 있다.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베트남이다. 이달부터 외국인 지분한도를 100%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투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 전문가들은 단기 호악재에 반응하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베트남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서서히 비중을 늘려갈 것을 권했다.
외국인, 아시아 집중 매도 속 베트남만 사들여
지난달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절하쇼크로 아시아 주요국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졌을 때 베트남은 주가 하락에도 1조8000만달러 대거 순매수가 유지됐다.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에서 2800만달러, 인도네시아 3조4500만달러, 필리핀 2조600만달러, 태국 8조 2040만달러가 빠져나간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내에서도 재테크 감이 좋다는 큰 손들은 이미 일부 자산을 베트남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중국 증시 급등할 때 차익실현을 한 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증권사 PB는 “고액 자산가들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 부근일 때부터 저점 매수해서 올 초에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며 "올해 금융사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할 때 고객들은 이미 베트남을 관심에 두고 있었다"며 그들의 선구안에 놀라워했다.
이러한 투자판단은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둔화하고 있음에도 베트남의 경제는 후퇴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6.9%의 고성장을 했다.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2%로 최근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5.8%에서 6.1%로 상향조정했다.
베트남경제 최대 장점은, 젊은 노동력
해외투자자에게 베트남 경제의 최대 매력은 젊은 노동력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20대(29세)가 베트남인구의 주 구성원이며 65세이상 인구는 6%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구구성은 인건비는 물론 내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HSBC는 평가했다. 일본 노동인구의 평균 연령이 46세, 중국의 37세인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국내 사업가 출신인 고액자산가 성모씨도 중국은 임금문제와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값싼 노동력이 장점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공장이 이전하고 있어 포스트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노력도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정부가 외국인에게 투자문호를 전면 개방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달부터는 외국인 투자지분의 제한을 기존 49%에서 100%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2000년 7월 베트남 호치민거래소가 출범할 당시 외국인 지분 한도는 20%였고 또 2005년 49%로 다시 한번 확대한 뒤, 10년여만에 최대 100%까지 확대하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9년 만에 베트남 투자에 다시 문을 두드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신짜오 베트남펀드랩'을 내놓은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내부에 장기투자성 주식매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며 "9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와 장기금리의 추세적 하락은 주식시장을 한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긍정적 변수"라고 설명했다.
단, 투자 제한이 완전히 풀린 게 아닌 만큼 과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소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한도를 큰 틀에서 100%로 밝히기는 했지만 하위법률에서 부딪히는 게 적지 않다"며 "기업과 업종별로 상이할 것으로 예상되며 개별 주식별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엔 펀드보다 베트남 ETF어떨까?
디만, 최근 중국 증시 급락과 위안화 절하로 베트남 증시 흐름이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베트남증시는 경제체력도 좋아졌고 포스트차이나로서 본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될 만큼 성장스토리가 탄탄하다"며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베트남시장에 투자할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국내에는 많은 베트남 관련 펀드가 거래되고 있으며, 증권사를 통해 베트남 직접 투자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펀드보다는 자유로운 투자를 원한다면 베트남 투자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는 미국뉴욕 거래소에 상장되어있는 마켓백스터(Market Vectors) Vietnam ETF(VNM)이다. 베트남 증시 상장 혹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 발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펀드규모는 5억 달러이다. 달러표시 ETF의 장점은 향후 예상되는 달러 강세와 베트남 지수 상승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 영국증시에 상장된 'UCIT VFMVN30 ETF'가 있으며 베트남증시에 직접 투자하겠다면 'SSIAM HNX30 ETF'가 있다. 단,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대비 28%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평가되어 있지만 동시에 시장규모가 작다는 것이며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환율 변동성에 따른 주가 등락이 엇갈릴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조언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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