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걱정하시는 목소리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믿고 기다릴 테니 제대로 해보라는 격려가 많아졌어요."
취임 1주년을 막 넘겨 만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취임 직후 보다 구정활동에 대한 열정이 더 커져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과 구 공무원들에 대한 주민의 신뢰로 힘을 받고 있었다. 현장방문은 물론 SNS, 포스트잇 게시판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구민들과 소통해 온 결과다.
'메르스 사태' 당시 조직적이고 발빠른 대처로 질병관리본부 등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것이 우연치 않아 보였다. 양천구가 ‘2015년 상반기 체납시세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되는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것도 그 성과다.
취임 당시부터 힘을 쏟았던 구내 동·서간 생활과 교육 격차 해소도 점차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었다. '양천 마을방과후학교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목동 지역의 우수한 '스펙'의 주부들이 신월동 등으로 찾아와 아이들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중이다.
'베드타운'의 지역적 특성으로 이렇다 할 문화행사가 없었던 문제도 '반려견 축제', '양천만민공동회' 등 행사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반려견 축제'는 전국단위 행사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생명윤리 경시현상과 맞물려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양천만민공동회' 역시 구민들이 구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실험적 행사로 주목된다.
'엄마의 리더십'으로 지역 내 격차 등 여러 문제를 한땀 한땀 이어가며 해결해 나가고 있는 김 구청장을 그의 만나 지난 1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중인 김수영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
-취임 1주년이 지났다.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주민들의 양천구 행정에 대해 신뢰가 깊어지고 안정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접촉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주민들을 만날 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 이제는 믿고 기다릴테니 제대로 해보라며 격려해주는 얘기들이 많다. 공공보육시설 확충, 목동실버복지문화센터 개소, 아이원건강센터 개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유치 등도 성과다.
-양천구는 메르스사태 모범 극복사례로 꼽힌다. 이번 메르스 사태,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준이나 원칙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각자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나름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 구는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단합으로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정부는 위기의식을 덜 느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팀을 안전재난과로 확대·신설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작년 연말부터 대응방안과 위기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갔으나 팀 차원에서 대응하기엔 안전 업무가 너무 방대해졌다. 이미 5월부터 업무 범위 및 내용에 대해 직원들과 토론을 해왔다. 안전재난과는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어린이 안전문제와 전염병 관리까지 총체적인 안전 관리 역할을 맡게 된다. 안전체험관을 만들어 심폐소생술 교육이나 안전 훈련 등 주민들이 평소에 위기관리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관련 매뉴얼과 어린이안전조례 등 관련 조례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이 해제되는 과정에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많았다.
▲목동 행복주택을 주민들이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다. 해당 부지는 목동유수지가 있는 곳으로 지금도 수해 예방을 위한 대심도 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유슈지 상단에는 빗물펌프장, 재활용품 선별장,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 등 양천구의 기간시설이 집중돼있다. 어떻게 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집값이 떨어질까봐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지자체와 협의해 주민들 의견을 듣고 정했으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행복주택의 취지에 대해선 젊은 신혼부부나 대학생 주거문제가 심각한 만큼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인터뷰 중인 김수영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
-취임 이후 동·서간의 지역격차 줄이기에 노력해왔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역격차해소는 양천구의 오랜 숙제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당장 신월동의 경우 지하철 노선이 없어 교통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심지어 신월동에서 구청까지 오는 버스 노선도 없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노선 확충을 위해 서울시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신월동 보건지소 확충 문제는 현재 부지 매입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리모델링 설계를 진행 중이다. 2017년 3월 준공이 목표다. 만성질환관리, 재활사업, 건강증진사업은 물론, 치매지원센터가 자리해 총체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밖에도 어르신 복지관 확충 등 각종 복지시설이나 교통환경을 개선해 신월동 지역이 지금보다 살만 한 지역으로 갖추려고 노력 중이다.
-구내 교육 불균형 문제 역시 중요한 숙제이다.
▲교육문제는 내 아이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친구도 잘되는 교육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내 총 7개의 혁신학교가 지정돼 운영 중이며, 더 많은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도록 노력 중이다. 양천구는 서울형 예비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돼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방과후강사 양성과정은 지역격차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목동에 있는 스펙이 뛰어난 주부들이 교육을 받은 뒤 신월동 동주민센터 등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다. 이미 교육수준이 상당한 여성 40명이 지원해 120시간의 교육을 받아 34명이 수료했으며, 현장에 배치돼 활동 중이다. 경력 단절여성의 사회활동과 사교육 절감을 우선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목동과 신월동으로 대표되는 동·서간 교류가 늘면서 지역 격차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복지사각지대 문제는 국가와 사회적 문제로 해결이 시급하다. 양천구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제도적 혜택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구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7월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18개동 전체에 방문복지팀을 새로 만들어 사회복지사, 방문 간호사, 행정직 공무원이 직접 발굴, 지원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 문제는 주민참여형 시스템을 구축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주민, 기업, 단체 등 지역 구성원 모두가 연계하는 방안이다.
-'베드타운'이라는 특성 때문에 양천구만의 이렇다 할 문화행사가 없다.
▲반려견 축제를 10월 중 계획 중이다. 양천구 모양이 강아지 모양으로 불리는 데에서 착안했다. 양천구에 공동주택이 많아 반려견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발생해왔는데 반려견 축제는 사람과 반려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히 반려견이나 견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를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국 단위의 행사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으며, 앞으로 양천구의 대표 축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10월 7일 계남다목적체육관에서 진행할 양천만민공동회는 양천구 발전 방향 전반에 대한 주민 각자의 생각을 폭넓게 나누는 자리다. 참여할 주민 300명을 공개 모집 중이다. 일종의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기획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만큼 평소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주민들을 많이 만나 얘기를 나눌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보살핌도 중요한 문제다.
▲매년 명절이 되면 결식아동이 갈 식당이 없어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로 때운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기관 의견을 듣고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 구정부터 명절 결식아동 급식배달을 시작해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물론 명절 때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도시락 두 끼를 배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세계와 양천사랑복지재단의 후원으로 명절 음식을 담아 평소보다 양질의 도시락을 전할 예정이다. 지난 설에도 조손가정의 할아버지가 울면서 감사 인사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번 추석에서 각 동별 사회복지협의체 등을 통해 저소득층 가구 추천을 받아 50여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할 계획이다.
-남은 기간 동안 구정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난 1년은 민선 6기 씨를 뿌리고 새싹이 자라나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고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구정운영의 제1원칙으로 삼겠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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