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돈의 소중함과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것을 가르치려고 용돈을 주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긋났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설이나 추석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엄청난 쌈짓돈을 마주했을 때다. 특히, 요즘은 손주를 위해서라면 지갑 여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여서 용돈도 만원은 기본, 보통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지니요정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 개념을 가르치려고 기껏 천원씩 주기 시작한 부모의 마음은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손주를 보고 싶어 달려온 분들에게 용돈을 주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대상이 시부모님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재테크교육 전문가들은 불편한 마음을 접고 이러한 경우가 몇 번인지부터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괜찮다. 오히려 저축할 것인지 아니면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도 교육이다.
그러나 횟수가 여러 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교육을 하려고 한 부모의 계획이 엇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할머니가 방문하실 때마다 작은 장난감, 게임, 카드와 같은 선물을 들고 온다거나 1000원, 2000원 등을 물 쓰듯 주는 일이 빈번해지면 돈의 소중함을 얻기는커녕 물건을 소중히 하는 마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이때 전문가들은 사랑해주고 귀여워해 주는 것은 감사해도 경제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뜻은 확실하게 전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조부모님께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뜻이 통했다면 방법은 다양하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큰 행사 때는 5만원으로 제한해 선물한다거나 매달 용돈을 아빠나 엄마가 아닌 조부모로부터 전달받도록 미리 약속해두는 것이다.
물건이 아닌 체험으로 바꾸어달라고 하는 것도 제안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여행이나 사진을 보면서 평생 추억에 남을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일본 가족연구소 대표인 쿠사노 마리 재무설계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마음은 한결같이 손자들 가까이에 있는 것일 뿐"이라며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겠다는 본래 마음을 전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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