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교육대학교 410명 교수들이 교육부가 추진 중인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추진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 교수들은 9일 오전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국어기본법'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학습 활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그동안 교과서 표기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도 없이 일부의 이익집단과 과거 회귀적인 사람의 과대광고와 망언에 현혹돼 국민전체의 말글 생활과 초등 보통교육의 본질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한자가 병기된 초등학교 교과서는 학생이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익히는 데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므로 학습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특수교육과 교수는 "모든 교과서는 읽기가 기초가 되는데 읽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 현재도 난독증, 학습장애, 수포자(수학포기자), 학습부진 등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면서 "한자가 병기되면 국포자(국어포기자)를 포함한 학업포기자까지 양산할 우려가 있다. 이런 정책은 학생들을 실패로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이어 "비교육적이며 졸속으로 추진되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후 진행될 교과서 편찬 과정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는 교대 교수들의 이번 견해 발표에 연대와 지지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과정 개정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정책연구를 내년 9월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진이 한자병기와 관련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며 "연구진 의견을 수용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춘천교대 리의도 국어교육과 교수는 "충분한 정책연구도 없이 한자병기를 추진한 것을 교육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부가 한장병기 여부를 내년으로 미룬 것에 대해 "여론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가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며 "1년을 연기하겠다는 것이며 한자병기 방침을 폐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은 기본적으로 시험이나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것과 학습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교육계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한자 병기가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견해"라고 말했다.
전국의 교육대학교 교수 410명이 9일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다혜 기자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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