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역에서 오늘도 수많은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정비사업 속에 수십년간 이어져온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새로 건설된 아파트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홀로 살던 노인이 죽은지 한참 후에야 발견되는 '고독사'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있던 주택들을 수리·보수하는 방식으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행복한 동네 만들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로 출발
지난 2010년 12월 설립된 두꺼비하우징은 '사람과 집, 삶을 생각합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바탕으로,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마을계획을 주도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설립 후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미정 두꺼비하우징 대표(사진)는 "동네 안에서 친구들과 주민들이 즐겁게, 쾌적한 집에서 일자리도 만들어가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일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지난 2008년부터 대안개발 연구모임을 해오던 중 2010년 7월 서울 은평구와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김미정 두꺼비하우징 대표. 사진/최한영 기자
두꺼비하우징의 사업범주는 공동체 활성화와 물리적 환경개선, 주거복지 실현 등 3가지로 나뉜다. 사업 초기부터 단순 집수리에 그치지 않고 살기좋은 마을공동체 구성을 염두해뒀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등이나 수도꼭지 고장, 에너지 낭비 등을 해결해주는 주택관리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주거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주고 돌봄서비스까지 진행한다. 건물의 에너지진단을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설계·시공까지 하고 있다. 공공건축과 주거공간 등 목적에 맞도록 건물을 개·보수하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익집수리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업은 주민들이 함께 더불어 살기위한 도시재생컨설팅으로 연결된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같이 사는 이웃들이 흩어지지 않고도 쾌적하고 편안한 집, 따뜻하고 안전한 마을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역특성과 주민요구를 파악해 장·단기 전략을 세우고 적정한 대안을 제시한다. 사업이 안정되고 자립할 때까지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실행주체들이 사업실무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인턴과정을 운영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철거가 아니라 기존 지역을 재생하는 방식의 정비계획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내에 있습니다. 이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저희의 역량을 제공해 정비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실천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도시재생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이웃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효과도 누리고 있습니다."
집을 고칠 때 필요한 인력이나 마을재생 과정에서 마을기업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조성하고 생산·판매하는 식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두꺼비하우징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물리적인 면과 함께 사회경제적인 면까지 고려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모델 확산추세… 제도화 움직임도
두꺼비하우징이 진행중인 공동체 모델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은평구 내에 있는 산새마을과 산골마을을 비롯해 지금까지 7곳 정도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각계 관심도 높아짐에 따라 사회연대은행 주관 성장지원사업과 서울시 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인센티브 평가를 받고 우수마을에 선정된 적도 있다.
서울 은평구 내 공동체모델 '산새마을' 전경. 사진/두꺼비하우징
김 대표는 추진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발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죠. 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저희들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민공청회를 열고 마을학교 등의 프로그램도 추진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니 주민들의 반응도 바뀌기 시작했다.
"산새마을 내에 개사육장으로 쓰이다가 버려진 땅이 있었습니다. 은평구가 매입한 그 땅을 텃밭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달동안 30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청소 과정에서 지역 공무원들도 자원봉사를 오기도 했고요. 주민들과 함께 땀흘리며 고생하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동지의식도 생긴 것 같아요. 이런 개선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중입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아파트 재개발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도시재생사업이 많이 알려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조직이 많이 생기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두꺼비하우징이 진행하는 사업이 제도화되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주거환경 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도정법이 개정되고 관련 조례도 만들어지면서 제도 안에서 예산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저변도 생기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높여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저희도 민간차원에서 해오던 활동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정주권 보장 위한 쉐어하우스 사업도
최근 들어 두꺼비하우징은 빈집을 고쳐 쉐어하우스 형태로 재임대를 해주는 방식으로 마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쉐어하우스 개조 전(왼쪽)과 후(오른쪽) 모습. 사진/두꺼비하우징
"신규아파트가 공급되다보니 주로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이 유휴자산을 고쳐서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집을 공급하면 입주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텃밭을 함께 가꾸며 외로움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방치된 채로 관리가 되지 못해 주변환경을 악화시키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요."
반지하방에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나 높은 주택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 등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랜기간 지낼 수 있도록 정주권을 보장하고 월세도 상승률에 제한을 둬 입주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한다. 임대료를 보다 낮게 책정하기 위해 공급을 목표로 하는 지자체에 토지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이 행복한 집과 마을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통을 간직한 골목들이 아직 남아있고, 집들이 모여 동네를 이루는 과정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지속할 생각입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