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성행위를 중단하고 사과했다면 정황상 성관계의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옛 여자친구인 B(19·여)씨를 성폭행하던 중 B씨로부터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에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사과했다"면서 "A씨가 성행위 과정에서 B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B씨의 법정 진술과 같이 '강간'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성행위를 멈출 정도였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B씨의 의사를 오해했을 수도 있지만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성행위를 중단한 후 B씨는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집을 데려다 주겠다는 A씨의 말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장소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함께 모텔을 나온 후 B씨는 남자친구를 만났다"면서 "B씨는 A씨의 제지 없이 친구들과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었고 A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행동하는 데 강한 반감이나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반항을 억압해 성폭행했다는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면서 "A씨가 성행위를 스스로 중단하기 전까지 B씨에게 가한 폭행·협박이 B씨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게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2년 12월과 이듬해 1월 알고 지내던 C(19·여)씨와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B씨를 강간했다는 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의 증거가 갖춰졌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면서 B씨에 대한성폭행 혐의만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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