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KODEX ETF, 아시아 톱 클래스로 키우겠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2015-09-23 17:00:00 2015-09-23 17:00:00
다음달이면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 도입된 지 꼭 14년이 된다. 2002년 개설 첫해 단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400억원 정도에 불과하던 ETF 시장은 현재 190개 종목, 총자산 20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약 60배다. 400억원에 못 미쳤던 하루 거래규모도 9000억원까지 늘었다. 명실상부 투자상품 시장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 ETF 시장 성장의 일등공신은 단연 삼성자산운용. 다양한 상품 상장으로 ETF 거래확대를 주도하며 전체 상장종목과 거래량을 거듭 늘려온 주역이다. 시장이 개설된 이후 10여년간 단 한차례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자산운용 KODEX ETF 순자산 규모는 8월말 현재 10조860억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의 약 절반(49.1%) 비중을 차지한다. 일평균 거래대금(6277억원)은 전체의 71.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한달음에 올라선 ETF 시장 1위 삼성자산운용이지만 경쟁은 이게 끝이 아니다. 당장 금융당국이 이달 내놓을 ETF 규제개선안은 향후 업계의 판도를 바꿀 큰 변수로 꼽히고 있어서다. 선두에 선 만큼 지키는 것과 신규고객 확보가 관건이다. 정부의 ETF 규제개선안이 업계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한 번 혁신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ETF 규제개선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 업계 전반에 다양한 변화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와 전략이 담긴 ETF 상품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사진)은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금융위원회의 ETF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안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ETF 운용관련 제도적 장치보완에 대한 갈증이 컸던 만큼 기다리며 준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고 했다.
 
수익증권이자 상장집합투자기구인 ETF 자산운용 전반의 확실한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14년차 ETF 시장의 새 성장동력 필요성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업계도 이견이 없다. 최근 ETF 총자산 규모가 역성장을 보이면서 성장열기가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지난해부터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하나로 재간접펀드의 ETF 편입 제한 완화 등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자산운용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TF 규제개선안, "업계 생태계 틀 바뀔 것"
 
"ETF 출시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3~4년에 불과합니다. 제도적인 정비가 충분하지 못한 영향도 있죠. 이번 ETF 규제개선을 통해 쉽고 싸고 투명한 ETF의 투자 장점이 부각되고 ETF 시장 전체가 균형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당국이 내밀 ETF 규제개선안에는 신규 ETF 상장을 위한 규제개선과 기존 ETF 편입운용 방안, ETF 상장심사제 개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로부터 꾸준히 의견수렴을 진행한 결과다.
 
특히 기관 편입에 있어 특정 수익증권에 발행주식 총수 20%로 제한된 피투자펀드의 투자제한이 대폭 완화되면 섹터 ETF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수조원 규모의 레버리지 상품에 반해 섹터 ETF의 경우 100억원도 채 되지 않거나 일부 종목은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등 상품 간 양극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기형적 구조의 ETF 시장 선순환을 위해서는 인큐베이팅 차원의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TF 관련 세제문제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숙제'라고 했다. 문제는 해외상장 ETF와 국내상장 ETF의 세제차인데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레버리지 ETF 직구 비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긴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해외투자상품시장의 경우 통합정리된 반면 국내의 경우 명확치 않고 체계적이지 못하죠. 세제에 대한 불이익만 합리적으로 바꿔줘도 레버리지 ETF 투자수요를 모두 국내로 유인할 수 있을텐데요. 시일이 걸리더라도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국내 상장된 해외 ETF를 매수하면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한다. 연간 2000만원 이상이면 누진세가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물어야 된다. 반면 해외 상장 ETF를 직접 매수하거나 역외펀드에 가입하면 수익이 났을 경우에만 양도소득세(22%)가 부과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KODEX에 가면 다 있다"…상품라인업 강화
 
최근 KODEX 코스피 ETF를 상장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큰 도전'이었다고 이정환 본부장은 말한다.
 
"시가총액 1200조원을 웃도는 거래소 상장종목을 모두 400억원 펀드에 담았습니다. 사실상 매일 거래소에 상장된 755개 종목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운용하는 것과 다름없죠. 거래소 공시팀이 하는 일을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24일 선보인 KODEX 코스피 ETF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50여 종목 전체 성과를 추적하는 상품이다. 코스피 200이 제조업이나 금융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코스피는 전 업종에 고르게 분포돼 있어 실제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성과에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시장전체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통적 투자이론을 보면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겁니다. 품이 많이 드는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되는 일이었고 의미 있는 한 발짝을 뗐다고 봅니다"
 
다양한 변수 대입은 마친 뒤여서 자신감도 높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이후 대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피200 성과가 항상 코스피에 못 미쳤다는 점도 주목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미 해외 주요국가에서 시장전체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ETF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토탈마켓 ETF 발행주식수가 2010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사이 다우존스 ETF나 S&P500 ETF의 경우 발행주식수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홍콩서 ETF 성공 스토리 재현
 
이 본부장은 올해도 KODEX ETF 자산다변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투자가 KODEX ETF로 가능토록 다양한 상품라인업을 갖추는 것을 궁극의 과제로 뒀다는 설명이다. 최종목표는 아시아 탑클래스 진입이라고 했다.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의 노하우가 이미 거래소 등을 통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벤치마킹되고 있습니다. ETF의 '산증인' 배재규 전무(패시브본부장)의 진두지휘 아래 혁신과 학습으로 무장한 만큼 아시아, 특히 홍콩에서 성장스토리를 재현하려 합니다."
 
한편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국내 ETF 태동기를 함께 한 1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ETF 시장이 2.5배 커지며 급성장 가도에 오른 2008년을 시작으로 8년째 ETF운용을 담당하고 있으니 그는 ETF 역사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동원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2000년 키움증권, 2002년 동부자산운용을 거쳐 2005년 삼성자산운용 인덱스운용팀에 합류했다. 2008년 ETF운용본부로 소속된 이후 올 초 ETF 운용 사령탑에 올랐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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