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디젤차 불신으로 확대되나
2015-09-23 15:04:48 2015-09-23 15:27:22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눈속임 사건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정부의 추가 조사와 함께 소비자들의 항의가 늘어나면서 폭스바겐을 넘어 디젤 차량 자체에 대한 불신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9일 2.0 TDI 디젤 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제타와 비틀,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려 차량에 별도의 차단장치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EPA는 곧바로 총 48만여대에 대해 리콜 조치를 명령했다. 폭스바겐은 최대 18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벌금도 내야할 판이다. 또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에 사용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모든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디젤 차량이 전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이른다고 밝혀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당초 "미국 판매 차종과 한국 제품은 배출가스 기준이 달라 엔진부터 세팅이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의심은 계속됐고, 환경부가 22일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에 대해 전면 재조사 방침을 발표하자 폭스바겐코리아는 한 발 물러섰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이번 사안을 전면 조사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조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독일 정부가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유럽연합(EU)은 EPA와 협력해 조사를 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 점유율은 8월 현재 69%에 달한다. 가격은 가솔린 차량보다 비싸지만 높은 연비로 인해 인기가 높았다. 판매 비중과 관심이 높았던 만큼 수입 디젤 차량을 구입했거나 구매를 계획 중인 고객들의 항의 및 문의전화가 수입차 딜러사에 급증하고 있다. 디젤 엔진 기술을 선도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폭스바겐이 꼼수를 썼는데 다른 브랜드라고 결백하겠냐는 의심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해 전체 수입차 신뢰도가 동반 하락해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판매가 감소할까 걱정된다"며 "현재 많은 딜러사에 디젤 차량을 정말 믿어도 되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각 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소비자에게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혼 폭스바겐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뉴 파사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AP 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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