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렴계약특수조건 위반으로 입찰 제한처분은 부당"
한국철도공사 상대 소송 상고심에서 이명전기 승소 판결
2015-09-28 09:00:00 2015-09-28 09:00:00
한국철도공사가 금품·향응 등 이익 제공 금지 등 청렴계약특수조건을 위반했다며 협력업체를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한 것은 위법이란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명전기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공기관법 제39조 제2항에 의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제재적 행정처분으로서 그 처분사유는 법령이 정하고 있는 사유로 한정된다"며 "한국철도공사가 처분사유의 근거로 삼은 청렴계약특수조건 위반은 공공기관법 제39조 제2항,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명전기는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2011년 12월21일 공고한 일산선 화정역 외 1개역 전력설비 개량공사 경쟁입찰에 참가해 낙찰자로 선정된 후 1차와 2차로 나눠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관련 담당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 향응 등의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고, 이를 위반하면 한국철도공사에서 시행하는 입찰에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6월 이상 2년 이하의 기간 참가 제한을 받게 된다는 내용의 청렴계약특수조건이 포함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명전기가 1차 공사와 관련해 화정역 고압전력케이블 등이 시공되지 않았음에도 시공된 것처럼 허위로 준공 처리해 1147만원을 부당하게 지급받고, 2차 공사의 선시공 부분과 관련해 야초 설계규격과 달리 저가품으로 시공하는 등 1342만원 상당을 부족하게 시공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이명전기가 공사감독자에게 공사감독 기간 중 총 10회에 걸쳐 점심과 저녁 식사로 53만원 상당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국가계약법 제76조 제1항 제1호, 청렴계약특수조건 제3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2012년 5월21일부터 11월20일까지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명전기는 "현장소장과 인부가 한국철도공사의 현장감독과 간소한 식사를 한 것을 두고 향응이라 볼 수는 없다"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청렴계약특수조건이 포함된 이 계약은 한국철도공사가 사경제의 주체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청렴계약특수조건에 근거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더라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한국철도공사가 시행하는 입찰에 이명전기를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뜻의 사법상의 효력을 가지는 통지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며 "다른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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