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이달에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거리다. 지난달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BOE의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은 직후 열리는 첫번째 통화정책회의(현지시간 8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스본 장관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가 지난 2~3년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영국 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나오는 신호는 통화완화 정책의 출구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서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세계 경제 약화에도 불구하고 영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임금 상승과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뒷받침 될 경우,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철회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금리 인상에 대해 언제든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를 두고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우선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힘들다는 쪽에서는 물가상승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가장 큰 근거로 꼽고 있다. 8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물가 상승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7월 CPI 상승률은 0.1%였다.
BOE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지만 유가 하락이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는 상태다.
마켓워치는 BOE 고위 관리자의 발언을 인용해 "신흥국 경제 위기 등 많은 외부변수에 노출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충격을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며 "아직 유동성을 거둬들일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영국 경제의 건전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9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1.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51.3을 상회했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분기대비 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 뿐만 아니라 잠정치에도 부합하는 양호한 결과다.
근로자들의 평균임금도 전년대비 4.7% 증가해 2007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실질 가처분소득 역시 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이달 보다는 연말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에 영국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연말 쯤 금리인상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경제가 예상대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경제지표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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