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자율화, 양극화 심화 우려
업계 "대형사에 시장 좌지우지…가격경쟁력 없는 소형사 퇴출"
2015-10-05 16:41:50 2015-10-05 16:41:50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보험 개혁의 승부수로 '보험료 자율화'카드를 꺼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사의 경우 이미 가격으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사가 가격 경쟁에 뛰어들 경우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료 자율화에 대해 업계 내부 시각이 갈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형사들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일 임 위원장은 보험회사 CEO 및 보험협회장들과 간담회에서 보험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를 밝히고 보험회사 스스로의 책임감 있는 경쟁력 강화 노력을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라 자율경쟁을 가로막는 각종 사전적 규제를 22년 만에 자유화한다"며 "그동안 보험사들이 '규제규율'로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시장경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 위원장은 보험사 CEO들에게 "보험사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를 위한 상품개발 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자율경쟁에 대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대형사의 경우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고가 상품 출시나 상대적으로 보험료 인하 등의 여지가 있어 가격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이미 저가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형사의 경우 소형사보다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브랜드 파워'와 영업인프라로 소형사보다 더 많은 상품 판매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중소형사는 '가격'이 아니면 경쟁할 수 없다. 회사가 작을수록 상품은 싸고 좋다는 보험업계의 불문율도 여기서 출발한다. 결국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보장이 아니면 중소형사는 대형사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가격규제까지 완화돼 대형사가 가격으로 소형사를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보험료 자율화는 출혈경쟁과 대형사 집중현상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보험료 자율화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 중소형사의 가격경쟁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근을 고민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가격 자율화에는 찬성하지만 대형사가 체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을 시작할 경우 중소형사는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감독당국은 과거에 있어왔던 문제점을 고려해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목련실에서 열린 '보험 규제개선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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